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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반딧불의 묘'를 비판했다고?

전쟁과 아니메영화 -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강연록 (반딧불의 묘)

리플에 답변 달다가 나온 얘기인데,
워낙에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 얘기이기도 하니,
이 기회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겸,
포스트 하나로 따로 분리해 놓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반딧불의 묘'가 피해자인 척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하는,
한국 인터넷에서만 떠도는 속설에 대한 진상입니다.
비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한국에서 회자되는 것과는 맥락이 전혀 다르죠.





--------------------------------------- (이하 답플 복사)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반딧불의 묘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도 한국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인데, 이것도 한국 인터넷에서 곧잘 보이는 나쁜 습관이죠.
본래 어디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출처 표기도 하지 않고,
어디서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은 것만 가지고 계속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어떤 얘기인고 하면 이런 얘기입니다.

미야자키: '반딧불의 묘'에 대해서는 강렬한 비판이 있습니다. 그 작품은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유령은 죽었을 때의 모습으로 출현하리라 생각하니까, 삐쩍 말라서 배가 고픈 상태로 나와야죠. 그리고, 순양함 함장의 자식은 절대로 굶어죽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쟁의 본질을 속이는 거죠. 노사카 아키유키가 굶어 죽지 않았듯이, 절대로 굶어죽지 않습니다. 해군 장교라는 것은 동료들이 서로간에 확실하게 서로 도와서 구제합니다. ……그건 타카하타 이사오가 알고 있어도, 노사카 아키유키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만.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라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총알에 맞아서 죽기도 합니다만, 결국 죽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 죽는 거예요. / 순양함 함장의 자식은 죽지 않아요, 그걸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 있어서의 전쟁의 구체적인 부분을 애매하게 한 채로, 그 거대한 잘못의 시기를 전부 다 반성하자는 식으로는, 전쟁에 대한 리얼리즘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해요.
('나우시카 해설 유토피아의 임계' 마도샤 간행 이나바 신이치로 저 215p-216p)

이걸 가지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반딧불의 묘'가 피해자인 척 한다며 비판했다고들 하는데요.
전혀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비판한 건 그냥 부분 묘사의 한 부분이
현실과 다르다며, 전쟁의 본질을 속이는 것이라 했을 뿐이죠.
그러니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타카하타 감독은 전쟁의 본질을
속여가면서까지 오히려 자국의 거대한 잘못의 시기를 전부 다 반성하자고 하고 있는 게 되는 거죠.
타카하타 감독으로서는 자국의 과오를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반전의 메시지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야자키가 반딧불의 묘를 비판했다더라' 할 때의 맥락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얘기죠.
'비판이 있다'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발언에서
'미야자키가 반딧불의 묘가 피해자인 척 한다며 비판했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거의 환빠들이 소설 쓰는 것과 비슷한 레벨이라고 봅니다.

또한 미야자키 감독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일반론적인 면에서일 뿐이고,
전쟁 말기의 혼란 상태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얘기라는 걸 기준으로 놓고 생각할 때,
거의 불가능한 아사를 해 버림으로써, 세이타의 어리석음(군국주의 체제의 어리석음)이
한층 더 최고조로 강조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두 사람이 그렇게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이였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공고한 파트너쉽을 유지할 수 있었을 리가 없겠죠.


by 충격 | 2007/07/18 17:13 | 활동화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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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07/18 20:34
"뭔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들은 이야기로 비판하기"는 하면 안되는거죠^^
Commented by 충격 at 2007/07/18 20:45
그런데 말씀 꺼내신 분이 다시 답하신 것을 보니... 원문도 보셨다고 하시네요...
속설을 믿어버린 경우보다 더 난감합니다... orz
Commented by dcdc at 2007/07/19 00:36
미야자키 하야오는 뭐랄까, 음...한국에서는 이상하게 어떤 (만화관련 논쟁의) 전가의 보도가 되는경우가 있더군요 ^^;
Commented by 충격 at 2007/07/19 04:09
게다가 그러면서 한 쪽에서는 우익이라는
말도 안되는 혐의를 덧씌워서 욕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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