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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대결전 양가리 - 사람 잡는 영화 주제가

내가 옛날에 용가리를 상대로~ (재탕)

이오공감의 디 워 관련 포스트에 들어갔다가 트랙백 타고  위의 잠본이님 포스트에 들어갔다가,
다시 아래에 걸린 링크들을 잠깐 훑어보다보니 판본 관련 얘기가 나오길래...
생각난 김에 한 번 적어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용가리는 일본에도 수출했으므로 일본판이 있습니다.
일본 제명은 '괴수대결전 양가리'죠. 그리고 미국판 렙틸리언과 함께, DVD로도 출시되어 있습니다.
(한국판은 여전히 미출시. 디 워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제 덤으로 나올지도요?)

아래의 물건이죠. 일단 간단 오픈케이스 나갑니다.
대충 찍었습니다.



제가 게시판 등지에서는, 굳이 양분하자면 주로 디 워를 까는 쪽의 입장을 취하다 보니
(저로서는 디 워를 깐다기 보다 디 워를 옹호하기 위해 비상식적인
사고패턴을 보이는 주장들을 까는 것입니다만 -_-a)
,
이 쯤에서 '쟤가 저런 걸 왜 갖고 있냐?' 라는 분도 있으실 듯 싶은데...

기대를 배신해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특촬팬이란 말입지요, 네.
재분류를 하자면 제가 선호하는 것은 등신대 히어로물 쪽이므로 괴수 영화에 그리 정통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국내 디 워 팬덤의 평균치보다야 조예가 있을 겁니다, 아마도, 네.

사실 장르 운운하면서 디 워를 옹호하기에 급급한 주장들을 보면, 장르팬 입장에서는 글쎄요...
괴수 영화니까 플롯이 중요치 않다느니, SF 영화(사실은 SFX 영화 -_-)니까 플롯이 중요치 않다느니,
아동 영화니까 플롯이 중요치 않다느니, 하는 소리들은 장르팬을 가장한 장르 폄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기요. 괴수 영화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SFX 영화 깔보지 말아주세요. 아동 영화 우습게 보지 말아주세요. -_-
모든 영화는 -의도적인 실험 영화가 아닌 이상- 기본적인 개연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플롯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에... 얘기가 삼천포로 가는데, 뭐, 이런 소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제가 당시에 이걸 구입한 이유는 주로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부수적인 이유로는 제가 2001 업그레이드 용가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 번 확인해 보고자 함이었고요.
뭐... 사실 오리지널을 극장에서 첫 날 첫 회로 본 이후로 수 년이 흐른 뒤에야 이걸 본지라
(저는 사실 디 워도 첫 날 첫 회로 봤단 말입지요, 네. -_-),
기억이 잘 안나서 상세한 비교는 결국 불가능했습니다만.

두 번째로, 주요한 구입 이유는 일본어 더빙판의 존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빙 자체보다는 일본판 주제가 때문이었죠.
네, 사실 이 얘기를 하려고 적기 시작한 건데요.
'괴수대결전 양가리' 일본어판의 주제가는 오오츠키 켄지의 밴드 '특촬'이 맡았습니다.
이 곳을 전부터 꾸준히 보신 분이시라면 '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싶으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바로 아래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 참조 포스트: 사람 잡는 영화 소개서 --

이 책의 '괴수대결전 양가리' 챕터를 읽고서 구입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네.
책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여 조금 소개해 보겠습니다.

~~~~~~~~~~~~~~~~~~~~~~~~~~~~~~~~~~~~~
한국의 첫 풀CG 괴수영화로서 화제가 되었고,
'쉬리' 'JSA'를 뛰어넘는 대히트작이라고 한다(나중에 거짓말로 판명).
우리들 '특촬'로서도 어설픈 곡을 만들 수야 없지 않은가.
강대한 적과 대치하는 것 같은 심경으로 시사회를 보러 갔다.
보고서 캐난감해졌다.
~~~~~~~~~~~~~~~~~~~~~~~~~~~~~~~~~~~~~
진짜 전편에 걸쳐서 '어째서냐!?' '그런 말도 안되는?' '작작 좀 하쇼!' '너랑은 못해먹겠다!' 라고
~~~~~~~~~~~~~~~~~~~~~~~~~~~~~~~~~~~~~
무심코 까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는 멋드러진 씬이 가득한, 밑 빠진 독처럼 개그가 속출하는 영화였던 것이다.
~~~~~~~~~~~~~~~~~~~~~~~~~~~~~~~~~~~~~
어쨌든간에 전편에 걸쳐 까는 보람이 있는 사랑스러운 영화란 얘기다.
~~~~~~~~~~~~~~~~~~~~~~~~~~~~~~~~~~~~~

(원문은 일본 특유의 정서인 보케쯧코미를 다용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한국어로는 정확히 1:1 대응하는 번역이 불가능하므로 대충 변환.
아시는 분들은 그걸로 바꿔서 읽으시면 되겠고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하게나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일본은 기본적으로 개그맨 문화, 만담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주로 콤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한 사람은 '보케' 역으로서 주로 뭔가 얼빠진 행동을 하고,
또 한 사람은 '쯧코미' 역으로서 그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것이 전통적인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런 보케쯧코미의 문화가 워낙에 생활에 밀착해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런 식의 회화를 즐기곤 합니다.
......설명했으니까 이 아래로는 '보케'는 일부 그냥 씁니다.
문맥상 달리 표현하기가 좀 애매한 것들이 많아서.)



오-켄으로서는, 영화가 나름 진지하려고는 하는데 뭔가 핀트가 안 맞고 삐걱거리는 데서,
'의도치 않은' 개그가 생겨나는 것까지 파악한 바탕 위에서
그걸 B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는 거라 할 수 있겠죠.
뭐, 애초에 책 자체가 이상한 영화들 소개하는 책이니까요. :-)

자, 그런데 이제, 거기서부터 오-켄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켄에게는 관객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제3의 관계자로서 곡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그 고민의 편린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
이 영화의 엔딩곡이란 이 얼마나 난제란 말인가.
어설프게 멋진 곡을 노래하면 역으로 이쪽이 보케 역할이 되어버린다.(역주: 영화 자체가 보케니까;;)
러브발라드 따위를 불렀다간, 이 영화 특유의 나이스 테이스트를 망쳐버릴 거야.
'괴수대결전 양가리'의 볼만한 점은, 아찔할 만큼 쏟아지는 까야 할 포인트의 연속에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으로 보케를 살릴 수 있는 곡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돼.

특촬 멤버 일동 고민 끝에, 결국은 명안을 떠올려 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큰 맘 먹고 까버리면 되잖아'
영화가 막무가내로 보케 남발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까고 또 까서 보케 하나하나를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리스펙트이며 콜&리스폰스가 될 것이라고 착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영화사에 달리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본편을 까는 엔딩테마가 완성된 것이다.
가사는 이렇다.

발견한 화석은 파내지를 마 / 내 마누라만큼 무서워 / 미사일은 숙여서 피해버려 /
위험해지면 사라져버려 / 애들 버스라면 안전하다구 / 겁 쳐먹을 거면 나오지를 마

이것들 전부, 개그씬을 까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편이 얼빵하게 웃기고 음악이 깐다는, 영상과 음악의 훌륭한 만담 링크인 것이다.
'하지만 퇴짜겠지' 라고 생각하며 제출해 봤더니, 시원스레 OK가 나와서 맥이 빠졌다.
이걸로 괜찮은 거냐??

참고로 가사에는 이 뒤로 '수은코발트카드뮴'이라는 가사가 더해진다.
실은 이거 '고지라 대 헤도라' 삽입가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것봐들! 그건 괴수가 다르잖아!'라고 양가리를 보러 온
괴수영화팬에게 까이고 싶어서 집어넣어 본 보케인 것이다.
랄까, 악질 장난이다. 역시 영화를 망치고 있는 걸까?
~~~~~~~~~~~~~~~~~~~~~~~~~~~~~~~~~~~~~

그러니까. 저는 이걸 읽고서는 DVD를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단 말입지요, 네.
오-켄은 역시 대인배입니다. 센스가 비범해요. ^^;;

본편이 바보짓을 하면 음악이 까주면서 만담을 성립시키는 세계 유일의 영상&음악 콤비 개그 영화...
이거 어찌 보면 영화와 관객간의 커뮤니케이션 영화로 기록된 영구와 땡칠이와 유사하기도 하네요.
역시 심형래 영화 특유의 DNA는 너무도 강렬해서 물 건너의 제3자까지도 감화시켜버리는가 봅니다. ㄷㄷㄷ
(정확한 계보를 따지자면 역시 남기남 테이스트의 계승적인 면이 강하다 해야겠습니다만 ㅎㅎ)










PS.
이후로 어찌저찌해서 중고장터에 1년 이상 내놓고 있었습니다만...
심형래 추종자가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가는 사람은 전혀 나타나질 않더군요. 어허허[......]



by 충격 | 2007/08/28 12:45 | 활동사진 | 트랙백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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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ddict at 2007/08/28 13:09
푸하하. 미치겠습니다. 넘 재미있네요..ㅋ
Commented by PPANG at 2007/08/28 13:22
가사가 정말 끝내줍니다;ㅁ;
Commented by DAIN at 2007/08/28 13:41
이런 건 그냥 끌어안고 죽으셔야 하는 겁니다. (쓴 웃음)
Commented by woody79 at 2007/08/28 15:51
지금 5분째 눈물 흘리면서 웃고 있습니다... 정말 대박인데요. dvd에 군침이 흐릅니다...ㅋㅋ
Commented by dcdc at 2007/08/28 16:31
명곡입니다. 불후의 명곡입니다.
Commented by 도비 at 2007/08/28 19:03
.....이런건 국보급 레어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8/28 20:47
만담의 극의를 달리는 놈들이군요.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인수할 의향이 있습니다. 대사도 일어더빙이라면 들어보고 싶어서(무덤파기 OTL)
Commented by mirugi at 2007/08/28 21:20
『디워』의 일본판 주제가도 오오츠키 켄지가 맡는다면, 『디워』 일본판 DVD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것 같군요. 『용가리』와는 달리 『디워』는 국내에도 DVD가 나올 듯 한데, 양쪽 다 구매해볼까 합니다.
(오오츠키 켄지의 『디워』 감상평을 듣고 싶군요…. 이번에도 여전히 '깔' 곳 투성이이니. ^^;)
Commented by imjohnny at 2007/08/28 23:17
감동했습니다
Commented by 미칸 at 2007/08/28 23:20
안녕하세요, 이오공감 보고 왔습니다.
진정 저 분에게 디워 노래를 맡겨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산왕 at 2007/08/29 00:19
흐아아아..orz..
Commented by 오리지날U at 2007/08/29 10:06
어.. 진짜ㅋ 겜방인데 크게 웃어버렸잖아요 -_ㅜ 아.. 배아퍼 ㅋ 
Commented by 니트 at 2007/08/29 20:04
풉 (입을 가린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7/08/31 08:04
addict님/ 저 에피소드 뿐 아니라 책이 워낙에 재밌어요
PPANG님/ 정말 끝내줍니다!
DAIN님/ 간만에 책을 다시 읽었더니 잊었던 감흥이 부활하면서 그래야겠단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본이님이 절 흔들고 있어요 (응?)
woody79님/ 해당 dvd 보다는 책 자체를 추천합니다. ^^;;
dcdc님/ 곡 자체는 직접 들어보니 뭔가 좀 애매했달까요. 뭐, 단순한 반복에다가, 가사보다도
뒤에 깔려있는 양가리!! 양가리!! 거리는 코러스가 괴악하다면 괴악한 맛이 더욱 있긴 하지만;;;
도비님/ 적절한 재화를 지불하시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단순한 재화일 뿐입니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리 해외 구입도 간단한 걸요.
잠본이님/ 마침 소장으로 마음을 바꿔먹는 참이었는데 그런 제안을 하시다니... orz
흔들리고 있습니다. 며칠 더 생각할 여유를...... (쿨럭;;;)
mirugi님/ 이왕 할 거면 주제가도 맡기고 아예 초빙해다가 쯧코미 커멘터리를
녹음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뭐 가능성 거의 없는 제3자의 망상일 뿐입니다만)
사실 작정하고 쯧코미 연발하는 커멘터리만큼 재밌는게 없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건 '파사거성 G단가이오'였습니다.
쯧코미를 컨셉으로 잡고 시작한 건 아닌데도 작품 자체가 이것도 워낙 괴악한 부분이 있는지라
13회 전편에 걸쳐 성우들에 의한 셀프쯧코미 만담상태가 이어져서 엄청 재밌었지요.
(일본의 TV애니 중에서는 최초의 커멘터리 수록작인지라,
첫 경험이어서 더 재밌었던 걸로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imjohnny님/ 감동작입니다.
미칸님/ ㅎㅎㅎㅎ
산왕님/ 그런 것입지요.
오리지날U님/ 웃으면 복이 오는 법이지요.
니트님/ 그런 것입니다, 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8/31 19:56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
Commented by 루리도 at 2007/09/05 00:32
헉!! 멋지군요!! 일본에서 이런 것이 나왔을 줄이야...
게다가 양가리?!!(..)
정말이지..디워 엔딩..한국에서 아리랑 해서 통했듯, mirugi님 말씀대로...후후후...^^;;
Commented by 충격 at 2007/09/10 11:56
원제보다는 극중 서양인들의 발음을 기준으로 양가리라고 한 것 같아요
Commented by NONAME at 2007/09/10 13:06
뭔가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B급의 감성...으으음.
Commented by 세가사탄 at 2007/09/10 15:56
일본에서 양가리란 이름으로 발매가 됐었군요. 몰랐습니다....
포스팅 즐겁게 보고갑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7/09/12 11:20
NONAME님/ 심감독은 그냥 작정하고 B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몸에 익은 감성은 B인데 지향하는 건 A라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지요
세가사탄님/ 이번에 디워 영향으로 한국 발매도 될라나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tintin at 2007/10/05 16:35
안녕하세요. cqzine이라는 소규모 가내수공업 웹진을 꾸리고 있는 tintin이라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디워> 관련 글을 쓰다가 상기의 <괴수대결전 양가리>의 주제가 이야기가
언급이 되었습니다. 독자분들 중 한 분이 '주제가가 과연 어떻길래' 라고 물으시기에, 고민 끝에
충격님의 포스팅을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충격님의 이글루스 링크를 명시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순서가 틀렸네요.
허락을 미리 받고 쓰는 게 순서였을터이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결례를 저지르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단 말씀 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7/10/06 16:10
부분 인용이나 링크는 상관없습니다만... 본문에서의 맥락이 조금 걸리네요.
오-켄의 경우는 나름 B센스적인 애정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에...
비아냥에 놀림감이라고 딱 한 줄로 정리하기에는, 조금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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