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6일
스크랩드 프린세스는 과연 한국의 바리데기 설화에 유래하고 있을까?
[RC1] 스크랩드 프린세스 - 오픈케이스 및 감상잡담
일전에 스크랩드 프린세스 관련 포스트를 올렸을 때,
다음 번엔 이 작품의 바리데기 유래설에 대해 적어봐야겠단 답플을 달았었는데요.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 동안 적지 못 했는데,
바로 어제도 또 그런 얘기가 퍼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관계로,
생각난 김에 꺼내봅니다.
일단 결론부터 적어두자면 허무맹랑한 루머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한국 인터넷의 큰 문제점 중 하나인데,
어디서 주워들은 것에 대해 검증도 해보지 않고 퍼뜨리는 경우가 너무 많죠.
출처표기하는 습관들도 전혀 없는 편이고요.
비단 한국 인터넷만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한국 인터넷이 유독 심한 건 사실이지요.
그러다보니 뭐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시작된 루머를 가지고
검증 한 번 해보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아니, 손에서 손으로)
카더라 통신을 거듭한 결과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 방면에서 예를 들자면 뭐 엔젤전설 OVA판 감독이 죽었다거나,
한 발 더 나아가서 원작 작가가 죽었다던가 하는 그런 얘기들...
요새는 클레이모어 나오기 시작한 뒤론 이 얘기 나오는 거 별로 못 봤는데,
클레이모어 연재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OVA판 감독도 잘 살아서 지금 현재도 왕성하게 작품활동하고 있으시고요.
베르세르크 애니판 감독 죽었단 얘기도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돌았었고.
아니, 멀쩡히 잘 살아있는 사람을 왜 그리들 죽이고 싶어한데요? -ㅁ-;;
20년 전도 아니고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누구 하나 맘만 먹으면
금방 체크해 볼 수 있는 문제인데도, 몇 년씩 끈질기게 떠돌곤 했지요.
후우... 사설은 그만 하고, 본제를 꺼내봅시다.
스크랩드 프린세스에 대해 이런 루머가 나오게 된 근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본작의 기본 모티프가 '버려진 공주'라는 점.
두 번째.
애니판 시작 시점에서 파시피카 일행이 위치한 곳이
현실의 지도에서의 한반도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
네... 이거 두 개 가지고
'스크랩드 프린세스는 한국의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프로 쓰여진 작품이다'
라는 결론이 내려진 건데요.
이 뭐... 이 시점에서 이미 '뭐 겨우 그런 걸 가지고 저런 결론이 나오냐...' 싶습니다만. -ㅅ-
게다가 한 번 믿어버리기 시작하면 그 외의 모든 것들도
앞선 '믿음'에 종속시키는 식으로 뇌내망상이 진행된다는 것은
환빠 망상사학자들만 봐도 쉽게 확인되는 사실인 바...
인터넷에서 제가 목격한 언급들 중엔 다음과 같은 주장도 있었습니다.
- 소설 작가후기에 보면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프로 했다는 작가의 말이 있다.
- 라인반 왕국의 수도는 한국 지도의 서울에 해당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하나 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 '버려진 공주'라는 모티프 -
제가 위와 같은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 일단 일웹에서 구글로 한 번 관련사항을 긁어봤습니다.
단 한 건도 나오질 않더군요.
카더라 통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작가 후기에
그 사실이 언급되어 있다면 이는 매우 부자연스런 상황입니다.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요.
게다가 '고귀한 혈통이 버려졌으나 역경을 극복하고 영웅이 된다'라는 컨셉은 전혀 특수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설화에서 보여지는 '원형'의 하나죠.
일본에서는 특히 이런 유형의 작품이 많아서 따로 '귀종류리담' 이라는 형식으로 불리고 있기도 한데,
스크랩드 프린세스 역시 이 유형의 대표작 중 하나로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귀종류리담 유형에 대한 더 자세한 개요는,
우리들의 친구 wikipedia의 아래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ja.wikipedia.org/wiki/%E8%B2%B4%E7%A8%AE%E6%B5%81%E9%9B%A2%E8%AD%9A
이에 대한 발췌 및 번역은 생략하겠습니다.
뭐, 그럴 필요까지도 없으니.
한 마디로, 이 점을 근거로 스크랩드 프린세스가 바리데기 설화에 유래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 살펴봐야겠죠.
애초에 이 얘기가 나온 것부터가, 누군가 애니의 시작 지점이 한반도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 뒤에 '그렇다면 버려진 공주라는 모티프는 바리데기?' 라면서 시작된 것일 테니까요.
- 스크랩드 프린세스는 한반도 지역의 이야기이다? -
자, 이 얘기가 나오게 된 원점이 된 애니판의 첫 장면을 먼저 살펴봅시다.

ⓒ2003-2005 Scrapped Princess Production Group All Rights Reserved
스크랩드 애니판의 첫 장면은 이렇게, 고공에서부터 지표로 접근해 들어가며 시작합니다.
이 때 나온 지도에서 첫 장면의 시작 지점이 한반도에 일치한다는 것이죠.
뒤집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2003-2005 Scrapped Princess Production Group All Rights Reserved
이렇듯 시작지점은 현실세계 지도로 치자면 한반도의 충청도 부근에 위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래서 뭐? 그렇다고 해도 그게 무슨 바리데기 유래설의 근거가 되냐?' 입니다만 -_-;
어쨌든 일단 검증을 하기로 했으니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따져보도록 하죠.
일단 여기서 따져봐야 할 주요 포인트가 두 가지 있습니다.
- 극중의 내용상 파시피카 일행은 라인반 왕국에서의 수배를 피해 기앗트 제국 쪽으로 도피행중이었다는 점.
- 위 지도를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현실세계의 지도와는 달리
일본과 중국, 한반도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자, 그럼 라인반 왕국과 기앗트 제국이 각각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볼까요?

ⓒ2003-2005 Scrapped Princess Production Group All Rights Reserved
이건 스크랩드 프린세스 최종화의 장면입니다.
첫화에 대비되도록 지표에서부터 우주까지 시점이 상승하는 장면이죠.
여긴 모든 여행을 마친 파시피카 일행이 라인반 왕국에 정착한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보시다시피 일본에 해당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행이 정착한 지역이 수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있는지는 미상입니다만,
적어도 수도가 서울이 아닐 것임은 자명해 보이는군요. -ㅁ-
다음은 기앗트 제국에 대해서 알아보죠.
본작의 14화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습니다.

ⓒ2003-2005 Scrapped Princess Production Group All Rights Reserved
보시다시피 현실세계의 동북아 지도 = 봉기세계의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있는데,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앗트 제국... 그 나라의 기술과 군사력이 손에 들어온다면...
- 매력적이지?
- 그 나라의 영토 또한...
네, 저 지도를 펼쳐놓고서는 영토가 탐이 난답니다.
정확하게 짚어준 건 아니지만 대략 중국임에 틀림없겠죠_-
이상을 종합해 보면 시작 시점에서 파시피카 일행이 한반도에 있었던 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흐름상 당연한 위치에 있었을 뿐인 겁니다.
정확한 국가경계선이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라인반 왕국에서 기앗트 제국 쪽으로 = 일본에서 중국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육로로 연결된 중간지점으로서 그 사이의 한반도 지역에 있었을 뿐인 거지요. -_-
한 가지 더.
일단 검증을 해보긴 했지만, 사실 이런 검증조차 필요없었음을 말해주는 팩트 한 가지...
이 작품 원작의 배경은 행성 '카기로이' 입니다.
애초에 동북아 지역과는 전혀 상관도 없단 얘기죠. -_-
실제 지구를 모델로 봉기 세계를 표현한 것은,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설정입니다.
원작의 작가가 바리데기에서 모티프를 따서 글을 썼네 어쩌네 하는 거랑은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죠, 네.
마지막으로 작가 후기에 대해서.
뭐 이쯤 왔으면 더 얘기할 것도 없이 다들 짐작하시는 그대로이겠지만.
실제 원서를 다 가지신 분들이 확인한 바 "원서 작가후기에 그런 거 없다 -_-" 되겠습니다.
모두에도 적었지만 다시 결론.
스크랩드 프린세스가 한국의 바리데기 설화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은,
환빠들이 수메르는 한민족이 세운 수밀이국이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한민족이 일으켰다고 우기는 거라던가,
사무라이가 백제의 싸울아비에 유래한다고 우기는 거라던가,
뭐 그런 거랑 비슷한 얘기입니다.
혹시 바리데기설을 진짜라 생각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루머를 유포하는 데에 일조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의도적으로 루머를 만들어내고, 의도적으로 퍼뜨린 경우가 아니라면야
낚인 것이 무슨 죄겠습니까마는...
검증 없이 덥썩 덥썩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면 그런 습관을 고칠 필요는 있겠지요.
특히 자기만 믿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모르고라도 유포에 가담한다면
설령 의도가 없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잘못이긴 할 테니까요.
때는 바야흐로 낚시의 시대...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섣불리 떡밥을 물지 않기 위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 끗 -
우왕... 쓰기 시작할 때는 간단하게 짚어보고 끝내려던 거였는데,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사설이 상당히 길어져버렸군요;; orz;;;
스크랩드프린세스, 바리데기, 루머, 엔젤전설, 타카하시나오히토, 환빠박멸, 싸울아비는무슨-_-, 원형, 귀종류리담, 한국인터넷의병폐, 출처없는정보는, 일단믿지말것, 확인좀해보고, 출처좀적자, 카더라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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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바리공주 설화를 차용한 매체들에 대한 조사를 끝내면서
바리공주 재창조성 5-<KBS 스토리텔링 -바리데기의 귀향 내용요약> 바리데기를 모티프로 한 것과 그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여러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그래도 많은 이들이 신화를 재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또 그 신화와 연계된 부가적인 사업을 진행하여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열려있음을 알았다. 조사를 하면서 이 바리데기를 가지고 광고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는 바리데기에 대한 기본적인 모티프는 ......more
... :b적어도, 뭔가 그럴 듯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내가 해 본 소리긴 하지만, 근거도 없이 그냥 떠오른 망상을 가지고사실이 그럴 거라고 우겨버리면 그건 그저 이런 사람들의 부류에 편입될 뿐인 거죠, 넵. ... more
저는 그렇게 알고있는데, 그게 와전된게 아닐까 합니다.
아, 검증해 본지 오래 되서 깜빡했는데 감독 죽었단 얘기가 먼저였죠.
그리고 그것 또한 새빨간 루머입니다.
연출가 카이자와 유키오씨는 엔젤전설 OVA 이후로도 원피스, 디지몬 시리즈,
금색의 갓슈벨, 게게게의 키타로 등을 통해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ㅅ-
- 본문에 추가 완료 -
Vicious님>
그런 사례가 뭐 한 두개도 아니고... 너무 많죠.
솔직히 허무맹랑한 헛소리들이 너무 많아서 놀림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발 헛소리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감독이 사고가 나서 죽었는데 원작자가 그 감독이 아니면 안만들겠다고 해서 제작이 중단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스토리까지 붙여서 주장하는 사람들 있네요. -_-;
한 번 발매시기를 따져볼까요.
엔젤전설의 원작 연재기간이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전15권.
그리고 OVA판은 96년도에 6권까지의 내용을 담아 발매.
이건 그냥 나온 데까지 일정 부분을 애니화한 원래 두 편짜리 기획이었을 뿐이지,
사망은 당연히 아닐 뿐더러 감독이 사고가 났느니 어쩌니 하는 트러블과도 전혀 무관합니다.
달바람님> 헐... 게으름뱅이는 게으름뱅이라 그렇다 치고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CLAMP는 왜 또 죽이려 드는 걸까요... -ㅁ-
이름은 모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형 되시는 그 분도 조선일보였나의 카더라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보셨죠. 마음고생 참 심하실 듯...
출처라고 믿는 사람도 많더군요. 낚시입니다 낚시..[..]
에바 극장판 2기가 안나오면 안노 죽었다!!라는 카더라 통신의 유포를 기대해 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사인은 복상사., 풉)
게다가 신문에서도 별의별 낚시를 다 하는데 뭐 일반인들이야...
덕분에 무슨 얘기를 듣던 바로 덥썩 물고 열불내는 행동은 일단 줄었습니다만 왠지 불신만 생긴
것 같아 찜찜합니다..
이런말이 있지요. 아무리 유능한사람도 눈앞에 진실이있어도 자기가 보고싶고 듣고싶은것밖에는 느끼지못한다/는...
뭐... 쓸때없는 딴지이긴 하지만 싸울아비의 존재 자체도 불분명합니다.
저도 저소문으로 주워들어서 -_-
아 그런 유쾌한(?) 유머가 있었군요.. 원작자 팬으로서 웃다 죽을뻔 했습니다(...)
뭐 이왕 루머로 퍼트리는거 원래 제피리스 초대 마스터는 한국인이었다거나(작가가 적어준건 아니지만 이름이 어딜 봐도 한국계니...) 하는 팩트도 섞어 넣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군요 :)
한국인의 끈기와 오기가 느껴져서 한국인이라나.
...
후 정말 문제 많습니다. 조선일보는 뭐... 헐
핀치히터님>
- 데스노트 2부작하고 L:change the world는 감독이 다르니 죽었어도 나올 순 있습니다.
물론 안 죽었지만요 ^^;;;
- 클램프 만화 안 본지 오래 되서 요즘 작품이 어떤 꼴인진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미움을 받고 있길래(...)
엘라이스님>
만든 쪽은 명백히 농담한 건데, 혼자 알아서 파닥파닥거리다 퍼지기도 하는 듯(...)
crdai님>
- 한 번은 재미로 봐도 몇 년씩 보고 있으면 좀 멜랑꼴리하죠(...)
- 그리고 한 번도 재미없는 장르가 바로 '우리나라가 원조이무니다'류라서(...)
그런 거 하면 할수록 자기 발목 잡힐 꼬투리를 쥐어줄 뿐이란 걸
모르는 한국만세꼬꼬마들이 많아서 큰 일입니다.
- 복상사는 그럴 듯 하지만(...) 뭐 그게 끊길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요;
JOSH님>
넵, 그렇습니다... OTL
RGM-79님>
그것이 바로 낚시의 시대(...)
역시 사망설이 제일 인기인 듯(...)
SuperDuper님>
헉... 후기 확인 때문에요?;;;
부디 재미라도 있으셨기를(...)
사과벌레님>
휴... 뭐... 그렇지요 orz
J H Lee님>
뭐 저라고 싸울아비를 긍정하는 게 아니니까 딴지도 안 되는데요(...)
비공개님>
시간 날 때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레이님>
출처가 불확실한 건 일단 믿지 맙시다, 넵.
Tabri님>
헐... 꽤 유포되어 있던데 처음 들으셨나 봅니다.
뇌광청춘님>
그런 얘기도 있었죠. 본문에 쓰려다 말았던 사례네요. 헐...
낚이지 않는것이 중요합니다.
환빠류 우리나라가 원조이무니다 이런 거 하는 애들은
스스로의 망상에 낚이는 거라서 참(......)
글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