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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제로의 한 장면(과 F 연계)를 통해 고찰해보는 극중극 컨셉

1. 발단

워낙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인지라, 의식하고 보지 않으면 그냥 흘려버리기 쉽습니다만,
마크로스 제로 제3장의 전투씬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지 않으면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는데,
연속 캡쳐 중 네 번째 스샷부터는,
그냥 튀었다가 흩날려 사라지는 물방울이 아니라,
화면 상에 일단 점착 후 평면적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입니다.
즉, 이것은,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의 렌즈에 튄 물방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일이 벌어질 리가 없는 애니메이션이란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작화를 따로 해가면서까지 카메라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이것은 누군가가 촬영을 한 것입니다' 라는 관점을 주입하고 있는 의도된 연출입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극중극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 그 증거의 편린을 심어넣은 것이죠.


※ 갑자기 무슨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아래↓ 포스트를 먼저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
※                                         
마크로스 시리즈의 대전제. 각 시리즈의 기본적인 스탠스        ※






2. 전개

이것을 통해 한 가지 더 생각해볼만 한 점은, 저런 식으로 카메라의 존재를 드러낸 이상,
마크로스 월드의 세계관 속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본래 '실사로 촬영된 작품'이란 점입니다.
단지, 현실 세계의 우리들이 감상하기에 있어서,
현실 세계의 애니메이션 제작진이라는 필터를 한 번 더 통했기에,
우리가 보기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라는 거죠.

기존 시리즈에서도, 이를테면 마크로스7 에서도
초대 마크로스 때의 사건을 연기하는 에피소드 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비단 마크로스 제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 대부분의 작품에 해당하는 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지요.
즉, 마크로스 대부분의 영상 작품들은,
우리가 보기엔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지고 있지만,
사실 마크로스 내부의 세계관에서는 실사 작품으로서 존재하고 있단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실 세계의 시청자들이 본 '마크로스 제로'가 바로,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랑카 리와 기타 떨거지들이 촬영했던 바로 그 작품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같은 소재를 두고 여러개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만,
'마크로스 프론티어' 본편 내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마크로스 제로'와 완전히 동일한 구도를 몇 번씩이고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현실 세계의 필터를 한 번 걸치면서 배우들의 생김새는 다르게 비춰지고 있습니다만.






3. 절정

여기서 사고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사실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지점이 의외의 맹점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스탠스가 시리즈 공통의 것이라면,
'마크로스 프론티어' 역시 '마크로스 제로' 처럼 후대의 누군가에 의해 촬영된 것이고,
그렇다면 이 역시 본래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지점이죠.

즉, 현실 세계의 시청자가 본 '마크로스 제로'의 마오 놈이야말로
(현실 세계의 시청자로서는 직접적으로 접할 수 없는) 마크로스 월드 正史의 랑카 리인 것이고,
현실 세계의 시청자가 본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랑카 리는
마크로스 월드 正史에 있어서 프론티어보다 후대의 또 다른 연기자일 수 있다는 것이죠.

아마도 당대의 미스 마크로스, 혹은 그에 준하는 아이돌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사고가 여기까지 진척이 된다면...
현실 세계의 시청자들은 마크로스 시리즈 캐릭터들의 외모를 바라보는
인식 체계 자체를 송두리째 변혁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프론티어보다 후대의 일을 알 수가 없는 현시점에서는,
쉐릴 팬들이나 랑카 팬들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시는 그녀들(의 외모와 일부 이야기들)은 사실 쉐릴이나 랑카가 아니고,
쉐릴과 랑카를 베이스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름조차 모를 어떤 사람들인 것이며,
극중에 나온 이야기들도 사실과는 다른 지점들이 다수 있을 것이니까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SBS 드라마 '일지매'의 일지매를 열렬히 사모하는 팬들이 있는데,
일지매라는 캐릭터에만 열광할 수 있을 뿐, 정작 이준기라는 배우의 이름조차도 모르고,
그 배우의 현실 세계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달까요...
쓰다보니 뭔가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얘기가 되어가고 있군요(...)






4. 결말

뭔가 암울한 분위기 조성해놓고 도망가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은, 이런 지점들에 연연하면서 따져볼 필요 자체가 없긴 합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대전제. 각 시리즈의 기본적인 스탠스 에서도 이미 언급했듯,
카와모리씨가 이러한 컨셉을 취하고 있는 현실적인 의도 자체가
'그까이꺼 그냥 대충대충 하자능' 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니까요.

네, 이런 거 심각하게 생각하고 일일이 따지고 들면 지는 겁니다. 본인은 이미 패배자. orz orz orz

그러니까 쉐릴 팬과 랑카 팬을 위시한 여러 마크로스 팬 여러분들은,
위에 2, 3번에 적어놓은 패배자의 주절거림 따위 신경쓰지 마시라는 이야기.

결국은 오늘의 결론: 그까이꺼 그냥 대충대충 보자능!!



by 충격 | 2008/09/29 15:35 | 활동화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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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임시 개장 : 마크로스 시리즈.. at 2008/09/29 16:44

... 놓고는,'가상 세계속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란 것까지집어넣은 관점에서 스스로 설정놀이를 하고 말았군요(...) ^^;;후속 포스트:마크로스 제로의 한 장면(과 F 연계)를 통해 고찰해보는 극중극 컨셉 ... more

Commented by ZeX at 2008/09/29 15:40
오, 제로의 저 장면에서 저런 연출까지 했다는 건 몰랐군요. 장인정신이라 불러야 하나...

확실히 마크로스 시리즈만큼 설정을 논하는 게 무의마한 시리즈도 없지요.
저런 대전제를 깔아놓은 걸 보면 카와모리 쇼지 감독은 참 대단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
Commented by 월광토끼 at 2008/09/29 15:47
말그대로 그까이꺼 그냥 대-충 :)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8/09/29 15:48
거꾸로 캐릭터를 캐릭터 그 자체로 못 보고 배우에만 열광해 '저 분은 특수부대 출신이
신데 맨몸으로 로봇을 때려잡고 손에서 충격파를 내뿜는 분이시지!"...이런 식으로밖에
반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나름대로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이야기일까요. ㅇ<-<
Commented by 레이 at 2008/09/29 17:37
그냥 카와모리의 낚시에 한표입니다.(...)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8/09/29 20:28
결론이 참 상큼하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9/29 22:05
극장판 민메이(배우1)와 TV판 민메이(실존인물 혹은 배우2)가 엄청나게 닮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었던 거로군요! (뭥미)
Commented by Frey at 2008/09/29 23:00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극중극 컨셉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8/09/30 22:55
ZeX님> 회피의 달인이랄까요(...)
월광토끼님> 대~충 :D
벨제뷔트님> 아니, 예시가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 아닌지... 뭔가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레이님> 자기가 대놓고 주장하는 것인데 낚시랄 건 없겠고... 회피 놀이랄까요
나르사스님> 눈높이 시청!
잠본이님> 사실은 그 부근만 애니메이션이라던가...
사실은 비슷한 시기에 양쪽 다 같은 배우들 데리고 찍은 거라던가...
아니면 본문의 3번 항목은 논외로 하고 2번 항목에 입각해서,
원래는 그런게 아닌데 현실 세계로의 필터를 한 번 더 거치는 과정에서
현실 세계의 시청자가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게 통일이 되었다던가...
패배의 수렁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Frey님>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보니 좀 덜 알려져 있지요
Commented by 나그네 at 2016/08/08 21:33
ASS-1 마크로스가 지구에 낙하한 1999년... 분기된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수신하는 수신기(크리에이터들)의 수신상태가 좋치않아서 그런거지요 . 시공간을 넘어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보니 그런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7/04/02 18:39
마크로스 제로에 나오는 마오 놈이 란카 리라고 한다면 프론티어에 나오는 노년의 마오 놈은 역시 노년의 란카가 카메오로 특별 출연한 것이 될지도 모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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