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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20세기 소년 제1장' 번역에 대해 몇 마디

실로 '이제 와서?' 싶습니다만.
원래도 개봉 한참 후에 늦게 썼는데, 비공개 걸어두고 써놨다가,
그만 방치해 버려서 더 늦었네요.
비공개 작성 날짜 보니 지난 달;;;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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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는 개봉날 조조로 봤습니다만.
이제 와서 괜히 끄적여보는 몇 가지. 번역에 대해서.



히어링 위주로 감상하고 자막은 살짝살짝 본 터라 꼼꼼하게 체크한 것은 아닙니다만,
대체적으론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극중의 특정요소들에 대해서는 미진한 부분들이 좀 보이더군요.



※아래 언급되는 대사들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략 그런 풍의 뉘앙스였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사례1.

회상에서 켄지 일당이 동키의 콧물로부터 자전거로 도망가는 씬.

영화의 대사: 가속 장치!!!

해설: 이시노모리 쇼타로 선생의 사이보그 009 로부터의 인용이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사이보그 전사의 신체를 가속시키는 장치.

원작의 대사: 원작에선 입에 아이스바를 물고 있는지라, 언어로 된 대사가 없습니다.

번역된 자막: 속도를 올려!!!


.........


나의 생각:
  용서할 수 없다!








사례2.

시키시마 교수의 딸, 시키시마 레나가 앞으로 다가올 재앙에 대해서 언급하는 씬.

영화의 대사: 빌딩의 거리에 으르렁--- (노래)

해설: 요코야마 미츠테루 선생 원작, 철인28호 아니메로부터의 인용. 주제가의 첫 구절입니다.
         참고로 '20세기 소년'에서 로봇 병기를 개발하는
         시키시마 교수의 성 또한 철인28호의 시키시마 박사로부터 인용된 것.
         시키시마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오챠노미즈 공과대학의
         오챠노미즈는 테즈카 선생의 '철완 아톰'으로부터의 인용.
         오챠노미즈 박사 = 코주부 박사죠.

원작의 대사: 빌딩의 거리에 으르렁--- (노래)

번역된 자막: 지하에서부터 거대한 물체가 어쩌구... 하는 설명조의 자막으로 대체.

나의 생각:  어후......







사례3.


어디더라... 지하철 씬 즈음에서 켄지의 대사였던 듯?
원작에선 어린 시절의 비밀 기지 씬에서 오쵸의 대사입니다.

영화의 대사: 우드스탁이라고 알아? 음악제에 50만 명 가까이가 모였지.

해설: 말 그대로. 1969년에 3일간 열렸던 락 중심의 야외 페스티벌.
         Woodstock Music and Art Festival.

원작의 대사: 음악제에 50만 명 가까이가 모였지.

번역된 자막: 음악제에 50만 명 가까이가 모였지.

나의 생각: 원작에선 저 대사 때는 우드스탁이란 명칭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따로 명칭이 나오는 것은 어린 시절 오쵸가 다른 장면에서 동네 형하고 이야기할 때.
                어쨌든 저 장면에선 말하지 않는 것을, 영화에선 한 마디 덧붙여놓았는데,
                자막은 나오지 않고 아예 누락되었습니다.
               설마 우드스탁이 뭔지를 몰랐던 거냐!!!?

  



끝날 때 보니까, 원작 코믹스 번역을 맡았던 서현아씨가 '번역 감수' 명목으로 크레딧되어 있더군요.
저는 대부분 원판으로 봐서 라이센스판 코믹스 번역이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평이 좋은 번역자라고 알고 있기는 합니다.
관여를 어디까지 한 건진 모르겠네요.
진짜로 작업에 참여해서 검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되어 있는 만화책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번역자가 알아서 번역하고, 감수로 이름만 올린 것인지.
우드스탁의 경우, 원작의 대사는 그대로 살아있고, 영화에서 추가된 대사가 쏙 빠져있는 걸 보면,
후자의 경우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추가된 부분이 원래 좀 스치듯 휙 지나가는 투로 처리된지라,
만화책 가져다놓고 원작의 대사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원작 라이센스판에선 사례 2. 부분의 대사는 제대로 처리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만 일단 넘어가고.



어쨌든 결론은, 이렇게 특정한 분야의 고유 요소들을 배경에 깔고 있는 작품의 번역에는,
그에 상응하는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는 -혹은 자신이 모르는 만큼을 조사해서 채워넣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번역자를 기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야기의 중심 줄기를 구성하는 부분은 아니라고 해도,
이 작품의 정서에 있어서 이러한 지나간 세기에 대한 향수를 건드리는 코드들은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제목이 괜히 '20세기'소년인 게 아니란 말이죠.
그야 여기가 일본은 아니고, 한국이기 때문에, 저걸 곧이곧대로 번역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알아듣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이긴 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멀쩡히 존재하는 요소를 씹어버려도 된다는 건 아니거든요?
그건 엄연히 원작에 대한 훼손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적합한 번역자를 기용하도록 합시다. 끝.
PS. 필요하신 분은 저한테 연락을 하셔도 좋... (뭐 임마)


by 충격 | 2008/10/16 13:27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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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천용희 at 2008/10/16 14:58
서현아씨의 경우는 지금은 꽤 좋은 실력을 자랑하지만, 예전에는 그리 좋은 실력이라 보기힘든 얘를 가지고 있죠.
(제가 직접 겪은 예 - 꼭두각시 서커스 중반에 그림 리퍼를 크림 리버로 번역하는 공포의 번역. 그게 한 2권정도 이어지다가 나중에 뒷부분으로 가면 원래 대사대로 나오긴 했습니다만...)
Commented by 방문자 1 at 2008/10/16 15:49
퍼갑니다.
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8/10/16 16:06
아마 이름뿐이 아닐까요?
서현아씨는 작품의 맥을 잘 잡는 좋은 번역자분이시지만 가끔가다 번역이 괴상한 작품이 나옵니다.
전 그게 도제시스템 혹은 용역시스템을 쓰는게 아닌가 싶어요. 실력이 좋아서 일이 많이 몰리니 아는 사람 주는거죠...
Commented by nato74 at 2008/10/16 19:44
대중을 상대로 하는 번역의 특성상 아무래도 좀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부분부분 오마쥬나 패러디부분이 재미를 증폭시켜주는 장치가 될수있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방해만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도 극장의 번역 자막들을 보다가보면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는 잘 몰라서 그러려니 하기는 하는데 일본영화를 극장에서 보다보면 의역의 수준을 넘어선 창작의 의지가 불타는 번역가를 마주하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별소리 at 2008/10/16 20:17
더빙도 아니고 자막에서 원래 대사보다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죠.

그게 적당히 막 줄이는 것도 아니고, 화면을 어느정도 볼 수 있게 배려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이 있나 보더라구요.

일본영화 뿐만이 아니라 일단 자막으로 나오면 거의 원래 대사의 1/3로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도...(대사가 길 수록 더...)
Commented by 秋葉 at 2008/10/16 20:18
진심으로 님하를 고용하고 싶지만 전 백수입니다. (맞는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10/16 22:39
동키의 달리기 실력을 보고 애들이 부르짖는 '무슨 에이트맨이야?'라는 부분도 그냥 인조인간이냐? 로 의역했죠. 뭐 만화 안보는 사람들 상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기도.
Commented by 충격 at 2008/10/17 09:35
천용희님> 요즘 라이센스를 잘 안봐서 모르겠어요.

방문자 1님> 공지에 무단전재를 사양한다는 말은
'퍼갑니다.' 한 마디 써놓고 퍼가란 뜻이 아닙니다.
어디로 가져갈 것인지를 적고, 의향을 묻고, OK가 나오면 가져가란 뜻이죠.
프로세스를 다 무시한 일방적 통고는 무단전재와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나르사스님> 그럴 것 같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nafo74님> 경우에 따라선 그럴 수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
그대로 번역한다고 해서 감상에 무리가 올 부분도 아닙니다.
가속 장치 → 고유 요소이지만 '가속'과 '장치'의 일반 명사 조합이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제가 → 배우가 멜로디를 넣어 노래하므로, 이상한 말이 나온다 해도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드스탁 → 셰계적으로 알려졌고, 당연히 한국에도 알려져있는 거대 행사입니다.
모르면 그 사람이 일반 상식이 부족할 뿐인 거고,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고 해서 영화 감상에 방해될 부분이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빼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죠.

별소리님> 극장 자막에는 원래 글자 수의 제한이 있습니다만, 그걸 얘기한 건 아니니까요.
단적으로 '가속 장치' 가 '속도를 올려!'가 된 것만 봐도 그런 류의 문제는 아니죠.
그냥 써도 되는 것까지 굳이 바꿔놓았다는 건, 그게 뭔지를 몰라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秋葉님> 성공하시면 불러주세요 (맞는다)

잠본이님> 그것도 있었죠. 그 정도면 그래도 뭔지 알아보고 의역한 거니까 봐줄 수 있는데,
문제는 뭔지 파악조차 못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죠.
Commented by 엿남작 at 2008/10/21 11:27
하도 평이 안좋길래 꼭 봐야지 (-_-)하고 있는데, 제가 가는 극장에는 개봉을 안하네요
Commented by 충격 at 2008/10/21 19:55
지금이야 어딜 가도 거의 내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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