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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컴 - 렛츠리뷰

킹덤 컴 Kingdom Come - 10점
마크 웨이드.알렉스 로스 지음, 김영 옮김/시공사



0.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깐 렛츠리뷰 얘기를 하자면...
당첨자 발표 이후 리뷰 마감까지의 정해진 기간 중
절반 정도를 넘겨서야 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만 짬을 내면 감상에 그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그래픽노블이었기 때문에,
리뷰 작성에 크게 지장은 없었습니다만 (그럼에도 결국은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작성을 하고 있는 본인[...])
소설류라거나 일반 도서였다면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이런 쪽은 마감 시한을 두려워 한 나머지 아예 신청을 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진행에 있어서 이런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런 일이 쉬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상의 개선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1.
'킹덤 컴' 은 방대하고 복잡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DC의 작품군 중에서
기본적으로는 독립되어 있는 단권 완결작이고,
메인스트림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 있는 외전 격의 작품입니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미국 히어로물을 체계적으로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국내의 독자들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가 메리트가 있는 점이라 할 수 있겠죠.

한 편으로, 이 작품은 그 방대한 DC의 작품군을 아우르는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 동안 DC의 수 많은 작품들에서 탄생한 히어로들이 단체로 출연하고 있죠.
이 작품에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소한 잔재미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국내 독자들이 100% 즐기기에는 어려운 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큰 줄기를 끌어가는 것은 역시,
국내에도 각종 영상물들을 통해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히어로들이 중심이 되고 있고,
잘 모르는 캐릭터들이라도 이야기의 맥락 안에서 충분히 맥을 짚어낼 수 있으므로,
평소 슈퍼히어로물에 어느 정도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웬만큼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뭐... 이 책을 사서 보실 정도라면 대부분 관심이 있는 분들이겠죠. :-)
권말에는 이렇게 캐릭터를 정리해놓은 도표도 있기는 합니다.
두어 줄 정도의 간략한 설명이기 때문에 썩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캐릭터가 다른 모습을 하고 나온 것에 대해
동일인임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정도 선에서 약간의 쓸모는 있습니다.

너무 일일이 이걸 확인해 가면서 보는 것은 독서의 흐름만 끊길 뿐이니 권하지 않습니다만,
읽다가 가끔 맘에 걸리는 인물이 있을 때 한 번씩 펼쳐보면 좋을 듯.



2.
'킹덤 컴'은 DC의 세계관에서 메인이 되는 히어로들이 조금은 나이를 먹은,
약간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슈퍼맨은 모종의 사건을 겪은 후 슈퍼히어로 활동을 그만 뒀고,
저스티스리그의 리더였던 그의 뒤를 따르듯 많은 1세대 히어로들이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그저 몇 몇 히어로들만이 국지적인 자신의 영역으로 침잠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활동하고 있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그들의 자식들이나 후계자들로 이뤄진 다음 세대들입니다.
극중에서 '메타휴먼'으로 통칭되는 그들은 전세대의 히어로들에 비해
보다 단호한 방식으로 과격하게 슈퍼빌런들을 진압, 살해했기에,
'킹덤 컴'의 세계에선 수 많은 악당들 또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다만 메타휴먼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통제되지 않고, 윤리관이 결격된 양태를 보이고 있어,
일반 인류를 배려하지 않는 이들의 난동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죠.
이런 시국에 캡틴 아톰이 사망하면서 뿜어낸 방사능으로 캔자스가 오염되는 사건이 터지게 되고...
아마존의 왕녀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인 원더우먼은 슈퍼맨의 복귀를 촉구하고,
마침내 메타휴먼들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슈퍼맨은 복귀하게 됩니다.

슈퍼맨과 원더우먼, 그리고 돌아온 옛 멤버들은 메타휴면들에게 자진해서
자신들의 질서 안으로 편입될 것을 요구하면서 빠르게 세력을 규합해 갑니다.
그리고 그에 반발하는 세력들에겐 무력을 사용해 가며,
거대한 강제수용소를 건설해 집어쳐넣어 가죠.

이렇게 돌아온 저스티스리그와 메타휴먼 세력이 반발하는 와중에,
렉스 루터와 배트맨을 비롯하여 슈퍼히어로들의 영역에 어느 정도 몸을 담그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맨 몸의 인간들인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초월적인 이존재들에 의한 통제를 거부하고자 하는 신세력, 인류해방전선이 규합됩니다.

저스티스리그는 꾸준히 활동을 해 나가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내부 분열을 일으키게 되고,
렉스 루터의 와일드카드가 더해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번져가게 되죠.
슈퍼히어로들의 대규모 격전은 그야말로 신들의 싸움과도 같고, 그 자체로 아마겟돈입니다.

한 편, 이 사태를 지켜보는 보통의 인류들 또한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게 되고,
UN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지켜보는 관찰자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와 모든 인류를 대변하는 자로서 노먼 맥케이 목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과 디테일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죠. :-)



3.
'킹덤 컴' 에는 세대 갈등의 이야기도 있고, 종교적인 관점도 있습니다만,
역시 중심이 되는 화두는 거대한 힘과 통제되는 안전, 인간의 자유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점은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슈퍼맨과 원더우먼의 처지만 봐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슈퍼맨은 10년 전 마곡과의 대립으로 속세를 등지게 됐는데,
마곡은 10년 전 연행 중이던 조커를 살해한 자입니다.
슈퍼맨은 상습적인 대량 학살 범죄자라 하더라도 (심지어 조커는 로이스 레인까지 죽였음에도!!)
질서 안에서 그가 심판받기를 원했으나,
마곡은 절차를 무시하고 그를 처단합니다.
그리고 대중은 마곡의 단호한 방식에 환호하고 그를 선택했으며,
법은 그를 무죄방면합니다.
이로 인해 슈퍼맨은 환멸을 느끼고 세상을 등지게 되죠.

원더우먼은 메타휴먼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보다 단호하고 과격하게 그들을 처단하고 세상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녀의 지위와 유산을 박탈당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한 반작용으로 그녀는 점점 더 강경한 방식을 택하게 되고,
결국 더 큰 화를 부르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게 되어버리죠.

'킹덤 컴'은 911 이전에 집필된 작품입니다만,
911 이후 거대한 위협과 그 대응 방식에 있어서 혼란스런 상황을 맞이한
오늘날에 읽을 때 더욱 현실에 밀착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거대한 힘과 그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통제하면서 얻어지는 안전에 가치는 있는가,
힘과 공포로 짓눌러 얻어지는 질서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화두를 던집니다.

'킹덤 컴'에서는 합종연횡하는 각 세력과 인물에 따라 각자의 포지션을 취하고,
최종적으로는 무난하고 상식적으로 봉합됩니다만...
이런 건 역시 텍스트 안에서 안주하기보다는,
텍스트 바깥에서 각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죠.
사실 이상적인 답안이라면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겠습니다만...
존재 자체가 곧 최악의 공멸 가능성을 내포하는 '핵'이라는 물질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테러가 횡행하는 현실 정세에 있어서는,
자신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하면서라도 통제되는 안전을 택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고,
그것을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복잡하고 민감한 영역이죠.
각자가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4.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상품으로서의 면을 살펴보자면...
일단 국내에 발간되어 있는 그래픽노블들 중에 가격경쟁력에 있어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리라 판단합니다.
종이질이나 컬러 인쇄의 타입으로 보자면,
기존에 제가 구입한 책들 중에서는 '배트맨: 허쉬'와 비슷한 타입으로
개중에서도 고급에 속한다 할 수 있겠는데, 페이지수로도 가장 많습니다. 230페이지가 넘는 것 같네요.
세미콜론의 '배트맨:다크 나이트 리턴즈'처럼
100페이지 조금 넘는 정도에 12000원 짜리 책도 많은 걸 생각하면,
이 품질, 이 분량에 14000원이라는 '킹덤 컴'의 가격은 상당히 양심적으로 생각됩니다.
단권 완결이란 것도 역시 가격적 체감 우위를 높여주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겠죠.

거기다 요즘 폭등하는 환율과, 흑백의 일반 만화책들의 가격 오름세를 보고 있자면,
되려 이 가격은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


국내 출간된 그래픽노블 중에서 1순위 추천작을 고르라면
완전히 독립된 서사를 가지고 있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인 '왓치맨'을 꼽아왔고,
그것은 '킹덤 컴'을 포함해서 생각해 보더라도 변하진 않습니다만,
- 슈퍼맨을 비롯한 기존의 슈퍼히어로를 보고 싶다거나
- 알렉스 로스의 고품질 작화를 보고 싶다거나
- 품질 좋은 책에 더해 단권으로 끝나는 가격적 메리트를 우선하고 싶다거나
하는 류의 가치판단이 개입되는 경우라면
1순위는 '킹덤 컴'의 차지가 될 수 있다 하겠습니다.



5.
'왓치맨'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인 제본의 취약함과 표지의 기포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된 것 같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책입니다만 문제점이 전혀 없진 않았습니다.
먼저 위와 같은 색번짐이 한 군데 발견되었습니다.

인쇄가 쓰레기급이라는 평이 자자한 중앙북스의 '원티드'나
위와 같은 색번짐이 한 권에 예닐곱 군데씩 있는 것을 비롯해 여러모로 인쇄에 문제점이 있었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 비하자면 양호합니다만,
아직까진 새로운 형태의 풀컬러 출판물을 인쇄하는 데 있어서 미비한 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시공사는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주시길 바랍니다.

※ 여담이지만 세미콜론에서 출간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인쇄는 정말 최악입니다.
위와 같은 색번짐도 많고, 같은 쇄의 두 권을 비교했을 때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색번짐이 있던 걸로 봐서 한 두권만의 문제도 아니었을 테고,
쇄마다 색 농도가 다 달라서 컬러가 전혀 다른가 하면,
종이에 이상한 찍힘들이 다수 있는 데다가, 팀장이란 사람의 태도는
그건 원래 그런 거니까 싫으면 환불이나 받고 나가떨어지란 식이었고...
당시에 포스팅을 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제 때 올리질 못 했네요.
나중에라도 언제 한 번 따로 포스팅을 하긴 해야지 싶습니다.
여하튼 '씬시티'를 통해 국내 출판계에 그래픽노블의 포문을 열어준 공로는 인정합니다만..
요즘 여러모로 품질도 떨어지고 가격책정도 별로고 영 맘에 안드네요.
어쨌든 저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인쇄품질 문제로
여러 번의 교환 사태 및 전화 통화를 겪으며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앞으로 가급적 시공사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을 접해보길 기대합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대사의 배치가 뒤바뀐 것 같습니다.
원판과 대조해보진 않았습니다만, 그냥 이것만 봐도 확연하게 부자연스럽죠. 뒤바뀐 것일 겝니다.
편집, 검수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바라고... 2쇄에서는 수정되길 바라겠습니다.


......그나저나 색번짐 문제는, 전 조금 애매하게 되었네요.
렛츠리뷰가 안되었어도 원래 사려던 책인데 막상 받은 책이 이러니...
증정 받은 걸 바꿔달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시 사기도 그렇고... 이것 참 애매합니다, 그려 -_-;;;



렛츠리뷰

by 충격 | 2008/11/25 20:07 | 정지화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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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11/25 21:49
마곡을 잘못 읽으면 미국이 되어버리니 참으로 난감 (...뭔소리여)

저 부분은 바뀐게 맞습니다. 만원 넘어가는 책에서 저런 실수 발견하면 머리에 쥐나죠 OTL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8/11/25 22:08
충격님도 당첨되셨군요~저도 리뷰를 했는데 마지막의 대사 엇갈림 부분은 저도 지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PPANG at 2008/11/26 09:42
리뷰를 보면서 제가 이 책을 사 놓고 랩핑도 안 벗긴 채로 아직까지 책꽂이 뒤에 숨겨 놓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만화책 또 샀다고 혼날까 봐서 숨겨 놓고는 땡. 그것도 한참 됐네요;ㅅ;
Commented by 엿남작 at 2008/11/26 23:07
킹덤컴이 나오네요. 음......

왓치맨은 작품 자체로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원래 원서 대사 자체가 어려운건지,
번역이 어렵게 나온건지 몰라도 머리아파요 =_= 원서로 사서봐야겠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원서들 읽으면서 가끔 느끼는 일인데, 왜 한국말로 번역된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특별히 영어를 잘하거나 네이티브도 아닌데......
(특히 인문서적류 경우는 정말 머리에 쥐나여.)

우리말 번역하시는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유연하고 쉬운 번역을 좀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아 쌩뚱맞게 괜히 충격님 블로그에 궁시렁거렸네요 죄송;;;
Commented by 충격 at 2008/11/27 09:52
잠본이님>
- 중간에 세계 각국의 뉴스 부분에서 한글도 잠깐 나오긴 하더군요.
마크웨이드는 한국어 능력자...? (설마)
- 개인적으로 칸배치 바뀐 것보다는 색번짐 쪽에 신경이 쓰이고 있습니다...orz

더카니지님>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PPANG님> 나중에 변명하려면 랩핑은 벗기고서 숨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원, 원래 있던 책이라능...

엿남작님>
- 왓치맨은 양쪽 다일 듯한...
- 근데 한국판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떠나서,
원서를 읽을 수 있으면 영어는 잘하는 거 맞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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