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유령작가 - 미스테리의 정합성이 결여된 각본, 장르 영화로서는 비추 -


(별점은 TTB 시스템상 붙는 것일 뿐, 저는 별점 매기지 않습니다)



- 원래 별로 관심은 없는 영화였는데, 동네 극장에서 멤버쉽 시사를 하길래 그냥 별 생각없이 가서 봤습니다.


- 전에도 지나가면서 몇 번 적은 적이 있지만, 저는 영화에 대한 만족 기준점이 상당히 낮은 편인데요.
어지간한 영화는 장점 위주로 취하면서 재미나게 잘 봅니다.
집에서 DVD, 블루레이로 보는 경우 빼고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보는 회수가
1년에 대략 50회 내외 정도 될 텐데, 그 중에 정말 심하게 불만족스러운 경우는 한, 두 편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집에서 보는 것까지 합치면 대략 사흘에 두 편 꼴. 1년에 233편 내외 정도)


- '유령작가'는 거의 공짜로 본 데다가 애초에 기대치가 아예 없었으니만큼,
'기대가 클수록 실망하기 쉽고, 기대가 적을수록 만족하기 쉽다' 라는 영화감상계 불변의 법칙에 따라
상당히 만족하기 쉬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대단히 실망스런 영화였습니다.


- 현재 넷에서의 초기반응들을 볼작시면,
대체로 중간이 잘 없고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편인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영화를 진지하게 보지 않고 너무 가볍게만 보는 젊은 세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적인 연출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렇다... 는 식의 담론도 나오고 있고,
실제 그런 면에서 평점을 낮게 주신 분들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일단 그러한 관점에서의 악평이라든가,
'가볍게만 본다고 해서 나쁜 거냐?' 하는 반론이라든가, 하는 것은 접어두기로 하고,
'진지하게 제대로 봐도 좋은 영화가 못 된다.' 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적어보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한 만족 기준점이 대단히 낮은 와중에, 특히나 싫어하는 유형의 영화도 있는데요.
어떤 유형인가 하면, 핵심 미스터리 하나를 설정해두고 뭔가 있는 것처럼 영화를 계속 끌고 나가다가
막판에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구성을 취하는데,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밝혀진 사실을 대입해서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재검토해보면
논리적으로 앞뒤가 전혀 맞질 않는 경우인 영화가 그렇습니다.
기본 전제부터가 성립이 되질 않고, 초중반의 행동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거죠.
이런 경우는 결말부 미스터리가 밝혀지기 전까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무리 좋았다 한들,
결과적으로는 초중반의 그 내용들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최악이라는 인상만 남게 됩니다.

이런 타입의 영화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자주 접하게 되지는 않는데
가장 근래에 기억나는 영화를 꼽아보자면,
한국영화로는 2008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외국영화로는 2009년의 '트랜스포터3' 가 있었습니다.
('트랜스포터3' 실제작년도는 2008년. 국내개봉이 2009년 1월초)

그리고 이번에 본 '유령작가' 역시 어느 정도 이런 유형의 영화였습니다.
올해 극장에서 본 신작 영화 중에 첫 BAD 가 되겠네요.





※ 여기서부터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이미 보신 분, 영화를 볼 생각이 없으신 분,
볼 생각은 있으나 스포일러에 개의치 않으신 분들만 자기책임하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주로 각본상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될 텐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이게 원작으로부터의 문제점인지
각색상의 문제인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원작과의 관계는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히 영화로만 봤을 때의 감상입니다.






-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줄곧 위화감을 느끼는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전임자의 초고를 왜 그렇게 무슨 첩보 작전하듯 철통 보안을 하는가? 에 대한 위화감이죠.
이게 무슨 기밀문서인 것도 아니고 어차피 곧 출판해서 전세계인들이
다 손쉽게 접근하게 될 원고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싶은 것이죠.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후반의 핵심 미스테리가 풀리면서 설명을 제공하게 됩니다만,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극초반의 등장인물들이 여기에 대해서
별다른 의구심을 품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꽤나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날치기 당했을 때 한 번 의심을 제기하긴 하지만, 아담 랭 측에 합류하고부터는 별다른 묘사가 없죠)

뭐 그렇다고 해도 이 점에 대해서는 억지로 이유를 붙여가며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해를 못할 것까진 없습니다.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줄 수 있는데요. 문제는 정작 밝혀진 미스테리 자체도 별로 말이 되질 않는다는 데에 있죠..


- 먼저 그 핵심 미스테리의 파해법이 너무나 쉽습니다.
소시적에 추리소설, 추리만화 몇 권이라도 읽어보신 분이라면
라이카트가'서문에 다 들어있다고 했어' 한 마디만 하면 이미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감을 잡으면서도 그건 너무 쉬운 거라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라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만,
보고 나면 결국 그런 겁니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 도입부를 다시 생각하면 전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아담 랭측이 그런 철통 보안을 실시했던 이유 자체가 미국측의 지시였다고 하는데요.
아니, 설마 CIA가 저런 간단한 암호 하나를 못 풀었겠습니까?
'서문' 한 마디만 들으면 저도 바로 풀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암호의 정체도 이미 알고 있겠다, 초고의 서문만 어떻게 좀 손봐두면 될 것이지,
그걸 그냥 그렇게 두고 온전한 형태의 리스크를 남겨둔 채로
쓸 데 없이 오히려 의심이나 살 것 같은 철통보안을 실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CIA가 암호를 못 풀었다는 설정이라면 그건 더 웃기고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저 암호를 풀고 나온다는 미스터리란 게 고작 한 줄짜리 말, 글일 뿐이죠.
이건 더 말이 안됩니다.
전임자는 라이카트에게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진실은 서문들 속에 있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아니, 무슨 물리적인 증거 데이터 파일 같은 것도 아니고
(물론 주인공이 찾는 사진자료가 따로 있습니다만 그건 또 별개의 사안이고),
그냥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건데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진실은 서문들 속에 있다" 라고 말할 시간에
그냥 그 사실을 바로 말해줬으면 되잖아요?
어째서 말을 해주지 않고 비비 꼬아놓은 것인지 영문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거 하나면 주인공이 극중에서 겪은 모든 사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던 게 되죠.
설령 무슨 뒷설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들, 그것이 영화 내에서 전혀 설명되고 있지 않다는 자체가 이미 문제.
애초에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 이렇게 핵심 근간에서부터 이미 이야기 성립의 전제가 무너져 있습니다만,
그 뿐이 아니라 군데군데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들도 종종 보여집니다.
제일 두드러지는 건 역시 인터넷 드립이 아닐까 싶네요.
미스터리의 핵심 정보 중 하나인 폴 에멧이 CIA의 에이전트라는 정보를 주인공이 과연 어디서 얻는지 아십니까?
'인터넷에서 검색' 해보니까 나왔습니다(...) 풀어가는 과정에서 미스테리고, 서스펜스고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냥 인터넷 찾아보면 나온댑니다... -_-;;;
와, 이런 전개는 진짜 첨 보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얘기를 라이카트한테 하니까 라이카트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란다는 겁니다.

"폴 에멧은 CIA 요원이에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소?"
"인터넷 찾아보면 나오는 루머입니다."
"허헉!!!!"


(......)
외무부장관을 지낸 정계의 거물이자 아담 랭의 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인터넷에 뻔히 흘러다니는 이 정도 정보를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지...
설령 나이가 있어서 인터넷과 안 친하다고 하더라도 젊은 보좌관들이 괜히 있는 거 아닐 테고요.
하여튼 이래저래 말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 지도교수 드립도 좀 어색한 부분입니다.
결말부에서 주인공이 미스테리를 풀어낼 결정적인 계기인
'폴 에멧이 아담 랭 아내의 지도교수였다.' 라는 정보를
'뜬금없이 이혼해서 대타로 주인공을 데려온 비서'가 '그냥' 흘러주는데요.
주인공의 아무런 행동도 없고, 갈등도 없이 작위적으로
정보가 전해지는 과정 자체도 지나치게 우연적이어서 각본의 점수를 깎아먹습니다만,
정보 자체의 기밀등급과 폴 에멧의 행동을 대조해보면 이것도 좀 이상합니다.
비서가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다닐 정도라면 딱히 기밀성이 있는 정보인 것도 아니고
주인공 역시 언제라도 쉽게 알게 될 수 있는 정보였는데요.
그걸 가지고 나는 아담 랭 모른다고 딱 잡아떼던 폴 에멧의 태도는 좀 어색하죠.
여기서는 아담 랭은 잘 모르지만 루스랑은 좀 아는 사이라는 대화가 나왔어야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생각해서 그 자체를 숨기고 있었고 정보 은폐공작이라도 해놓은 상태였다면,
그걸 비서가 알고 있고 아무렇지 않게 흘리고 다닌다는 것과
자서전 출간 파티에서 대놓고 만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해지는 거고요.
뭐... 이거야 대화 후에 곧 이어서 암살할 계획이 있었으니 일단 그 자리에서만 잡아뗐다, 정도로
이유를 갖다붙이면 이해못할 것까지는 없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째서 곧바로 추가 암살계획을 실행하지 않고
기념파티 때까지 놔두었는지도 설명이 잘 안되고, 어찌 보건간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죠.


- 연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연출 면에서도 좀 뜬금없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제일 크게 느껴졌던 부분은 뜬금없이 원나잇 하는 씬이었고요.
각본상으로도 역시 어색한 부분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손을 잡는 등 대놓고 복선을 깔아오긴 했습니다만,
정작 왜 그래야 했는지는 설명이 잘 안되고 있죠.
루스 본래의 정체를 감안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억지로 갖다붙여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다지...
그래봤자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부분이죠.

여담이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 좀 보신 분들이라면 루스의 정체 및 이 이야기 전체의 반전 구조 역시
중간에 "내 조언을 거의 받아들였죠." 한 마디면 이미 예상이 되죠.
너무 쉬워서 이걸 '반전'이라고 불러도 되나 다소간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PS: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했는데요.
위에 적은 바와 같은 단점들이 크게 보이는 저로서는 좀 아햏햏한... -ㅁ-
그냥 평소부터 정치적인 영화를 선호하는 베를린의 성향과
노감독에 대한 공로상적인 의미라고 생각하렵니다.


PS2:
글의  본주제가 아니라 본문에선 딱히 다루지 않았습니다만
아담 랭은 영국의 전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빗대서 만든 면이 강하죠.
감독으로서도 이런 면에만 집중하다가 다른 건 방치해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정치적인 면에 집중해서 감상하실 분들이라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쌔끈한 장르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저로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PS3:
개인적으로는 로만 폴란스키 영감님도 이제 나이 드셔서 감을 상실해가시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시 스콧 영감님들처럼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늙는다는 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특히 비서가 아담 랭한테 USB 메모리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부분과
CIA 인터넷 드립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네요.
'나도 젊은 감각에 맞출 수 있다능!!' 하는 마음으로 굳이 집어넣었는데,
대차게 헛발길질이 되어버려서 역효과가 되어버린 그런 느낌... ㅡㅡ




by 충격 | 2010/06/02 22:47 | 활동사진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hougeki.egloos.com/tb/261616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Sion, In The.. at 2010/06/11 10:19

제목 : 유령 작가(The Ghost Writer) - 고루..
유령작가 이완 맥그리거,피어스 브로스넌,킴 캐트랠 / 로만 폴란스키 6월 첫날 롯데시네마 신림에서 보고 왔습니다. -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전체적인 느낌은 '고루하다'였습니다. * 스포일러 경고 * - 가장 고루했던 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맡은 음악이었습니다. 같이 보러 갔던 영화 음악 전공자인 동생도 음악이 고루했던 걸 불평하더군요. 저 역시 음악이 쓰인 타이밍이 적절했다는 건 인정하......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