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4월 20일
한나 : 장르와 아트가 혼재하는 기묘함
(별점은 알라딘 TTB 시스템상 붙는 것일 뿐, 여기서는 별점평가하지 않습니다)
살인병기로 키워진 열 여섯 소녀의 복수극. 지극히 장르적인 컨셉이고, 누구나가 장르적 쾌감에 기댄 화끈한 액션 영화를 기대할 법하다. 조금 더 영화의 정보를 들여다 볼 때 불온한 위화감을 띄는 것은 단지 감독의 이름이다. 조 라이트?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가 소녀 킬러를 다룬 액션 영화를 찍었다고? ('솔로이스트'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어톤먼트'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던 시얼샤 로넌의 배치도 조금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어린 나이에 이미 연기파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그녀가 뜬금없이 소녀 킬러 영화의 주역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보통 생각할 법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분명히 장르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예술 영화의 성질이 기묘하게 동거하고 있다. 소녀 킬러가 벌이는 액션의 쾌감보다, 숲 속에 고립되어 살던 열 여섯의 소녀가 처음으로 문명을 접하고 예술을 접하면서 느끼는 충격과 흥분,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성장통의 묘사가 이 영화에선 더욱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을 이 영화가 만족시키기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다. 장르와 아트가 서로 독립적으로 혼재하는 초중반을 지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본래 장르여야 할 부분까지도 리얼리티를 방기한 채 실험적인 톤의 연출을 선택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말하자면, 액션 영화 팬보다는 유럽 예술 영화를 즐겨 찾아보는 관객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매우 장르적인 외피를 두른데다, 마케팅은 그쪽만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니... 메이저 배급작으로는 실로 보기 드문 괴작이 나온 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영화가 일부 소수 취향의 관객에게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취향의 일반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이란 점 또한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기대치의 방향이 장르와 액션으로 설정된 채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더욱 그러할진데, 문제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런 생각으로 극장을 찾을 거란 사실이다. 돈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널널하여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별 상관이 없는 경우이거나, 이 영화의 성향을 이미 알고 있고 자신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영화는 일단 선택지에서 지워 두는 편이 대부분의 관객에게 있어서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본인은 어느 쪽이냐고? 글쎄, 뭘 하고 싶었던 건지는 대충 알겠지만 그다지 효율적으로 이뤄낸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재미가 없기도 하고. 영화 전체와는 별개로 액션 시퀀스가 독자적인 가치를 창출한 게 있나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고. 신인감독도 아니고 이미 메이져에서 성공작을 배출한 감독이 왜 이제 와서 이런 의식 과잉의 학생 작품 같은 영화를 찍은 건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 by | 2011/04/20 21:48 | 활동사진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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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 보니까 imdb 점수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