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인 타임 - 흥미로운 설정, 아쉬운 완성도 -

(별점은 TTB 시스템상 붙는 것일 뿐, 여기서는 별점평가하지 않습니다)


'인 타임' 의 세계에서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가 멈추게 되고, 1년의 유효 시간이 제공됩니다.
또한 시간은 화폐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거래 가능한 재화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 채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남은 시간이 0 이 되어 버린다면 그 즉시 사망하게 되죠.

여기까지만 간단하게 요약해서 들어봐도 무척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게다가 이런 류의 유전자 조작, 통제 사회의 요소가 들어가는 SF 라면
애초부터 앤드류 니콜 감독의 장기 분야이기도 하죠.
'가타카' 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각본을 맡았던 '트루먼쇼'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대할 법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치에 비하면 너무 처지는 정도였고,
별달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해도 아쉬움이 남는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 주고 말았습니다.

사실 현실적인 개연성이 느껴지는 타입의 SF 는 아니죠.
현대 사회에서 뭘 어떻게 발전하면 저런 식의 사회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지,
가정으로라도 대충 납득이 될 법한 과정을 추론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기술발전의 정도가 균질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걸리적거립니다.
이 세계에 핸드폰이 있었다면,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지도 않았을 테고,
이 영화는 애초에 이야기를 시작할 수조차 없었겠죠.
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 채 영생이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
핸드폰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가 본격적인 하드 SF 로서 존재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우화로서 준비된 이야기임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 =  돈이며, 그로 인해 신분이 나뉘며 때로는 죽음까지 맞이하게 된다는
이 영화의 핵심설정 또한 실은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극적으로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노예와 같은 신분제는 없을지언정,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실제로는 다른 계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단지 돈이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죽거나 하지는 않을 뿐이죠.
......사실 '바로' 죽지만 않을 뿐이지,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노숙자로 부랑하다가 어느날 얼어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큰 병에 걸렸는데 수술비를 장만하지 못해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시간이 화폐인 이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며
비교적 순탄하게, 설정을 보고 처음 느꼈던 것처럼 흥미롭게 진행되는데요.
이 즈음에 이르러 관객이 기대할 법한 이야기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외향적인 방향으로서, 여주인공의 아버지쪽 라인을 통해 얼핏 보여졌던
흑막을 까발리며 이 부조리한 사회를 성립시키고 있는 '시스템' 과 맞서는 것이고,
하나는 내향적인 방향으로서, 내면심리로 파고들며 좀 더 본격적으로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 타임'은 중반을 넘어서며 그 중 어느 쪽으로도 향하지 않으며,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맙니다.
주인공 커플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고찰하지 않으며 치기 어린 행동으로 내달릴 뿐인데,
그냥 닥치는대로 강도짓을 하며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댈 뿐이라니... 이게 무슨 중세 의적물이었던가요?
그러다가 실패해서 비극적 최후를 맞기라도 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심지어는 그 모든 행동이 너무나 쉽게 성공으로 끝나 버립니다.
그렇게 단순한 작전으로 그런 걸 성공할 수 있을 정도라면,
지금까지는 왜 그런 강도들이 창궐하지 않고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인지 납득이 불가능해지는 수준이죠.
아무리 우화라 할지언정,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납득이 되지 않고
몰입이 깨질 정도라면, 그건 이야기로서 실패한 것입니다.
게다가 마무리까지 '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으로 끝나는 걸 보게 되면...
'이게 뭥미...' 싶어지는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죠.
(이게 무슨 독자 앙케이트 인기순위에 밀려서 10회만에 조기 연재종료되는 점프 만화도 아니고...)

물론 이런 전개에서도 감독 나름대로는 연출의도가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이 정도로 이야기의 초점이 흐트러지면 이미 실패입니다. 관객에겐 전달되지 않죠.
다른 무엇보다도 '앤드류 니콜의 영화이기에' 더욱 아쉬웠던 작품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더 잘 할 수 있는, 더욱 훌륭한 걸 보여 줄 수 있는 감독이기에 말이죠.
저 역시 아쉬운 점 위주로만 글을 적은 것 같은데,
이건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의 반증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인 타임' 은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만,
전 아직 '앤드류 니콜' 이란 이름에 거는 기대를 접을 생각은 없으며,
앞으로의 신작들도 언제나 기대를 품으며 기다리게 될 듯 합니다.





ps:
후반 전개에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고, 아쉬운 점 위주로 글을 적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영화 자체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엉망일 정도인 물건이란 뜻은 아닙니다.
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뿐이지, 일정 정도의 즐거움은 얻고 극장을 나섰다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저로서는 1시간 50분 동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몸매를
실컷 감상하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만족감을 얻었기에...... 으잉?;;


ps2:
조금 디테일하게 특히 아쉬웠던 점 한 가지를 적어 보자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다.' 라는 행위의
규칙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팔뚝만 잡고 위로 올리면 되는 것인지, 저항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애초에 이 세계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보안은 왜 그렇게 취약한 것인지, 등등.
이 문제는 특히 주인공 아버지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껴지는데,
대체 어떤 원리와 구조를 통해 시간을 걸고 맞붙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정신력 싸움이라는 걸로 때울 생각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 팔뚝을 위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완력 싸움?)
게다가 주인공 아버지의 필승법이란 건 너무도 단순하고 아무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어서
'어이 어이... 정말로 그런 게 통용되서 챔피언을 먹고 있었단 말이냐...' 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이건 정말, 관객 전체를 유치원생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싶은 부분이었네요.
어쩌다 이렇게 생각이 짧은 상태로 완성이 되어 버린 것인지... 역시나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잘 살려낼 수 있는 소재였을 텐데 말이죠.






ⓒ Twentieth Century Fox



by 충격 | 2011/11/23 19:58 | 활동사진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shougeki.egloos.com/tb/287549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즈라더 at 2011/11/23 21:45
몰라요... 아만다 사이프리드만 떠올라요...ㅠㅠ

아쉽긴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 때문에 블루레이.. 지릅니다.
절대 아만다 사이프리드 때문에 지르는 거 아니에요.
Commented by 충격 at 2011/11/23 22:53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사실은 그게 핵심이죠(......)
Commented by 산왕 at 2011/11/23 22:48
기대가 컸는데 악평이 워낙 많아 안보고 지나갔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충격 at 2011/11/23 22:52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버릴 정도의 망작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창천 at 2011/11/23 23:26
흠.. 아만다 사이프리드 보는 걸로 영화비를 뽑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충격 at 2011/11/24 15:24
네, 저는 뽑았습니다(...)
Commented by TokaNG at 2011/11/24 00:21
예고편의 '커피 한잔에 4분'만 떠오르는..;;;
정말 '시간은 금이다'를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겠다고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11/11/24 15:26
근데 커피는 되게 싼 것 같습니다.
......버스비가 2시간이었는데!!!!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