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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소스 코드 : 이건 자막 수정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여......


[블루레이] 소스코드 - 10점
던칸 존스 감독, 미셸 모나한 외 출연/블루키노
(별점은 TTB 시스템상 붙는 것일 뿐, 여기서는 별점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느지막이 '소스 코드'를 구입했습니다.
스케일이 그리 크지 않은 소품 스타일의 영화지만,
SF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

극장 상영 당시부터 역자 홍주희의 발번역과 오지랖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았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DVD 출시할 때부터 엔딩의 오지랖 부분은 삭제가 됐었던 것 같고
BD를 출시하면서는 본편 자막에도 좀 더 손을 본 듯합니다.

그런데 이게 또 수정을 제대로 한 건 아니고 하다가 만 듯한 퀄리티라... 애매- 하네요(...)

일상적인 대사들에서 자잘한 부분까지 짚는다면 훨씬 많아질 것도 같지만
다 짚어서 다루기엔 제가 그렇게 영어에 능통한 것도 아니고 물리적인 한계도 있고 하니,
보면서 크게 거슬렸던 부분 몇 군데만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하의 본문은 당연하게도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뒤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 이하, 사용된 이미지는 디스플레이 직촬이기에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며,
실제 BD의 화질은 당연히 이렇지 않습니다.

images ⓒ Summit Entertainment / 블루키노


일단은 간단하게 오타를 수정한 부분.

(아마도 극장 자막을 그대로 유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DVD 자막에는 "당신인고 알아" 로 되어 있더군요.
BD 자막에는 "당신이라는 거 알아" 로 수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에 오타였던 부분이 제대로 다 수정되었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으니까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죠.
"수백 명을 구했네" ......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설령 영어를 못하더라도
이 대사가 이상하다는 건 알아차려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본래의 대사는 '수백만 명' 이죠. '수백 명'과는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앞의 내용에서도 이미 언급이 있었고요.

특히나 이 장면은 극의 내용상 개인의 윤리와 대의를 저울질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이런 실수는 단순히 숫자가 달라졌다는 기계적인 미스를 넘어
극의 맥락을 흔들어 놓는 치명적 오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위가 달라도 너무 다르죠.


그러니까, '당신인고' 처럼 그냥 거기만 봐도 딱 이상한 게 보이는 오타는 수정했지만
'수백 명' 처럼 그냥 봐서는 모르고 영화 내용을 생각해야 알 수 있는
오타(정확히 따지자면 탈자)는 수정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소스 코드의 다른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콜터에게 굿윈이 반박하는 장면인데,
그러면서 "시공간 이동 프로그램일 뿐" 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이상하죠.
이 또한 설령 영어를 전혀 못하더라도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봤다면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게 되는 자막입니다.

소스 코드의 세계가 또 다른 실재일 수 있음을 얘기하는 콜터에 반해,
굿윈의 논리는 그건 그저 가상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는 거죠.
그런데 '시공간 이동' 이라니... 이 표현은 굳이 따지자면 굿윈보다는 콜터의 입장에 훨씬 가깝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반박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 동조하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본래의 대사는 이렇습니다.
그건 그냥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네요.
'컴퓨터 프로그램''시공간 이동 프로그램' 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이건 뭐...... 없는 말을 만들어 붙였을 뿐더러,
이렇게 정확하게 정반대의 내용이 되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쯤 되면 번역자가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이런 소리를 들어도 쌀 만큼 성의 없이 번역했다는 얘기가 될 뿐이고요.

BD판에서라도 제대로 수정할 생각이 있었다면
반드시 수정되었어야 할 부분인데, 역시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냥 영화상의 맥락만으로 명백하게 이상함을 눈치채게 될 정도는 아니지만,
본래의 대사와 비교해 보면 역시 오역된 부분입니다.
원문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시도만이라도 해보게 해달라는 거죠.
홍주희의 자막에서처럼 확신에 찬 결의를 다지는 게 아닙니다.
번역자는 창작을 할 게 아니라 번역을 해야 번역자인 거죠.

역시 수정되었어야 할 부분인데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제대로 수정된 부분.

극장 및 DVD 자막에서는 어이없게도 1분이 (소스 코드의 한계 시간인) 8분으로 둔갑해서
"인생이 8분만 남았다면 뭘 할거지?" 로 되어 있었는데,
BD판에선 "인생이 1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뭘 할거죠?" 로 수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그 다음 대사는 제대로 수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정을 안 한 것도 아니에요. 하기는 했어요.
기존의 극장 및 DVD 자막에서 "마지막 1초까지 당신과 있겠어요" 였던 것이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과 있겠어요" 로 수정되었는데 말이죠...
이건 뭐...... 이 글의 제목 그대로 수정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고......
'1초' '순간' 으로 바꾸기는 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여기서 오역의 핵심은 '당신과 있겠어요' 에 있는 것이지,
'1초' '순간' 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애초에 '1초' '순간' 은 둘 다 써도 되는 맞는 번역이고요.
원문은 이렇죠.
마지막 1초 혹은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정도의 뜻입니다.

여기에 이제 막 데이트 한 번 시작해 볼까 정도의 관계인 콜터에게
영원을 약속하는 듯한 (그래봐야 1분이란 가정이긴 하지만[...]) 멘트를 날려야 할 당위는 전혀 없습니다.
심하게 오바하는 거죠. 물론 크리스티나가 아니라 홍주희가.





그래서 이러한 전체적인 상태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하면......

극장 상영 당시부터 욕 먹은 건 알고 있으니까 수정을 좀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은 드는데
몇 군데 고치는 것 가지고 번역자 고용해서 페이를 주긴 아까운 거야......
그래서 사장님이 기존에 인터넷에 올라온 불만글들을 참고해서 직접 조금 손을 보기로 한 거지...
그런데 있는 거라도 잘 참고를 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정작 고쳐야 할 데는 안 고치고 엉뚱한 데만 조금 고쳤네?
인터넷에 구체적인 예시가 없던 부분은 물론 전혀 수정되지 않았고......

대략 요런 느낌이라는 거죠(...)


만약 이런 게 아니라 실제로 번역자를 고용해서 수정한 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고요.
실력이 형편없거나 드럽게 성의가 없거나 아니면 머리가 나빠서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했거나
혹은 그 모두에 해당하는, 그런 번역자를 고용했단 얘기밖에 안 되죠. -_-



뭐, 한국에서 외국영화 보면서 자막 엉성한 타이틀 겪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닙니다만...
해외 메이저사 타이틀이 아닌 국내 로컬 타이틀의 경우
좀 더 성의 있는 번역이 이루어졌길 기대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최소한 저는 그렇고요.
같은 한국인들이 결정권을 쥐고서 하나부터 열까지 만드는 제품인데
좀 더 신경써서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는 얘기죠.

홍주희가 번역했던 영화를 출시해야 할 때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이건 블루키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출시사들이 항상 유념해야 할 점이라 생각하고요(...)


척박한 국내 부가판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데 있어서의
현실적 어려움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블루키노는 그중에서도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만...
(딱히 비난을 하자는 게 아니라) 좀 더 선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 적어 봤습니다.




ps1:
커멘터리 자막에도 두어 군데 오타가 있었습니다. 좀 더 꼼꼼한 검수가 필요할 듯싶고요.
커멘터리 자막의 번역 자체도 그리 매끄럽게 잘 된 것 같진 않습니다.
촬영상의 에피소드 같은 거야 일상회화 수준에서 무난하게 처리된다 쳐도,
이런 류의 영화에 있어서 과학적인 이론을 다룰 때는
실력 있는 역자의 좀 더 세심한 번역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네요.


ps2:
나온지도 꽤 됐고 가격도 한 번 떨어졌고 살 만한 분들은 웬만큼 다 사셨을 타이틀이긴 하겠습니다만,
혹여 이 글로 인해 '엉망이네. 사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기는 건 저로서도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영화에 추천할 만한 타이틀이라 생각하니,
이 글은 구입하셔서 감상하실 때에 보충, 참고 용도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by 충격 | 2012/11/23 12:54 | 활동사진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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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풍신 at 2012/11/23 14:06
중고등학교 영어 실력만 있어도 생길 것 같지 않은 실수들인 것 같기도 하네요.

뭐 하긴 잔뜩 읽다보면, 다 읽기 귀찮거나 문장 구조가 이상해서 오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경험상...) 왠지 그것보단 쉬운 부분을...
Commented by 충격 at 2012/11/23 23:49
본문에서도 여러 번 이름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 엿보이듯,
워낙에 자기 멋대로 번역하는 걸로 유명하신 분인지라(...)
Commented by 남선북마 at 2012/11/23 21:38
자기가 번역하는 작품에 애정이 전혀 없는것 같아요.. 뉘앙스 하나에 영화전체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내용도 음미하지 않고 무성의하게 번역하다니..
Commented by 충격 at 2012/11/23 23:50
홍주희 이름 석자 들어가면 일단 그 영화에서 성의는 찾아보기 힘들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11/23 21:53
영문자막 보며 영화감상하란 소린가 이놈들...
Commented by 충격 at 2012/11/23 23:53
DVD 볼 때는 PC 에서 2중 자막 켜놓고 보면 그나마 편한데
블루레이 볼 때 주로 쓰는 플삼에는 2중 자막 기능이 없어서리...
리와인드해 가며 자막 바꿔서 원어 확인하고 다시 한글로 돌리고 왔다갔다.....
무지 번거롭게 보고 있지요.
Commented by 충격 at 2012/11/24 22:30
[ 현재 블로그에 문제가 조금 있어서 부득이하게 삭제된 덧글 복사해서 남겨 놓습니다 ]

Commented by 야노신이치 at 2012/11/24 14:34
아아... 젖절한 포스팅 제목에 눈물을 훔칩니다. 정말 이건 자막을 고친 것도 아니고 안 고친 것도 아니고; 나중에 극장에서 영화 볼 때 엔딩 크레딧 화면에 그 분(...)의 존함이 보이면 긴장해야겠군요. +)제 트위터( at shin2chi )로 이 포스트의 링크를 담아가겠습니다m(__)m
Commented by 충격 at 2012/11/24 22:36
- 간만에 뵙습니다~.
- 일일이 영어 자막을 확인해야 하는 저와 달리 ㅠ
신이치님은 자막 없으셔도 딱히 언어에 문제가 없으실 것으로 생각이...
Commented by 김태준 at 2013/01/15 00:14
소스코드 블루레이 중국어 자막되나요?
Commented by 충격 at 2013/01/15 14:24
정발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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