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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컬 업체 블루레이의 자막 오류 문제는 어째서 빈발하는가?

국내 로컬 업체에서 제작한 블루레이에서 높은 빈도로 자막의 오타가 발견되어
유저들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DVD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자막임에도 불구하고
DVD 때는 없었던 오타가 발생해 있음이 확인되어
유저의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죠.
오늘 화제에 올랐던 '반 헬싱'의 경우 역시 그러한데요.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DVD 때는 없었던 오타가 블루레이에서 새로이 생겨나는 데에도 물론 다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타이틀들의 경우 주로 DVD 시절에 출시되었던 적이 있었던 구작인 경우가 많고,
그 DVD를 출시했던 회사가 지금은 없는 회사이거나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뗀 경우가 많다는
특기할 만한 공통점도 추려 볼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도 물론 이유가 있겠죠.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한 번 순서대로 서술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자, 국내 로컬 업체에서 어떤 영화를 선정해 블루레이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물리 매체의 2차 판권 시장이 대단히 열악한 지역이고,
따라서 출시 업체들 역시 영세 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출시에 임하면서 제작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고,
DVD 시절에 정발된 적이 있었던 타이틀일 경우에는
그 수단으로서 DVD의 자막을 그대로 유용하려는 결정을 종종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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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자막의 퀄리티 문제와는 별개로 또 복잡한 문제가 끼어들게 되는데,
구 정발 DVD의 출시사와 협의 없이 무단으로 자막을 유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 대상이 스펙트럼(=태원=아인스엠엔엠)이나 엔터원 등
현재는 없거나 해당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회사일 경우 그럴 가능성은 더욱 큽니다.
만약 협의를 하여 저작권을 얻고자 하였더라도
(금액을 치르고 자막을 사더라도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는 싸게 먹힐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단가를 절약하겠다는 목적 자체는 충족됩니다)
협상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요.

제가 보기엔 애초에 출시할 타이틀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도
이미 이런 점이 고려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구 정발 DVD의 자막을 유용하는 것이 전제라면
출시 전부터 이미 단가 절약을 깔고 들어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각 타이틀별로 구 정발 DVD의 권리자 측과 협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무단 사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가 딱히 그걸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떤 특정 타이틀을 거론하면서 문제성을 논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일단은 의심되는 정황들이 많다는 정도로 말해 두기로 하죠.

참고로 현존하지 않는 국내 DVD 출시사의 자막이 유용된 경우에 대해서는
딱히 쉽게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만,
현존하는 해외 출시사에 대해서는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해외 일본어 음성이 무단으로 유용된 케이스에 대해서는 이미 한 번 밝힌 적이 있습니다.
(+ 일본어 자막이 무단으로 유용된 것임이 강하게 의심되는 케이스에 대해)


한국판 '써스페리아' BD에 대한 킹레코드의 입장. (블로그 원문 링크, DP 게재판 링크)
'피아니스트의 전설' BD의 자막 유용에 대한 검증. (블로그 원문 링크, DP 게재판 링크)

(참고로 DP 게재판은 서버 이전할 때 이미지가 소실되고
글도 중간에 짤려서 후반이 소실되어 있습니다.
본문을 읽고자 하시는 분은 블로그 원문 링크 쪽으로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DP 게재판 링크는, 블로그 링크만 올리면 블로그 홍보한다고 욕 먹을 때가 많아서 보험용...
+ 덧글 참조용입니다)


간혹 실리적인(?)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께서
어차피 원 출시사가 공중분해되어 있으면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기에 답변도 미리 적어 두자면...
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죠.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요.
다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르는 문제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저로서는 그렇다고 그것에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는 당연히 존재하고 있는 거죠.
만약 실제로 금액을 치르고 자막을 사오고 싶었으나
권리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곤란하거나 했다면...
저는 처츰부터 새로 만드는 편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계약할 생각은 없고 날로 먹을 생각으로 구 정발 DVD가 존재하는 작품을
출시작으로 선정한 경우라면... 그런 경우는 뭐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로컬 업체의 타이틀은 거의 구입을 하지 않고 있는 편이고요.
딱히 남들한테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는 그렇단 얘기입니다.

제가 간혹 투명하게 믿고 살 만한 데가 플레인밖에 없다고 덧글 달았다가
논쟁 아닌 논쟁(?) 같은 것이 벌어질 때가 있었는데,
제가 저런 류의 덧글을 다는 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의혹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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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 이 글에서 있어서는 본 주제가 아니었던 부분이 길어져 버렸는데
(저로서는 결과물의 오타보다는 저 부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어쨌든 여기서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 어쨌든 계약을 했든 무단 사용이든 간에
구 정발 DVD의 자막을 유용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럼 실무에 들어가야겠죠.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생깁니다.
자막을 구성하고 있는 원본 텍스트 파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만약 무단으로 도용한 경우라면 무단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본 텍스트 파일을 제공받았을 리가 없는 것이고,
만약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더라도 시간이 오래 흘렀고
아예 회사가 없어지는 등의 문제로
원본 텍스트 파일이 유실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3

그러면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요?
뻔한 거죠... DVD의 SUB 자막을 추출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두 번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SUB 자막을 BD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문제죠.

왜냐하면, 아시는 분들은 익히 알고 계시듯
sub 자막은 본질적으로 텍스트 파일이 아닌 그림 파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인즉슨, sub 자막을 그대로 BD에 넣는다 하여
BD의 해상도에 걸맞은 자막이 저절로 뿌려지게 되는 게 아니란 말 되겠습니다.
sub 파일은 DVD의 sd 해상도에 맞는 수준의 그림 파일일 뿐이란 것이죠.

예시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이것이 DVD의 sub 자막이고
이것이 BD의 sup 자막입니다.

디스플레이 직촬입니다만, 차이는 한눈에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SD와 HD 해상도의 차이가 영상뿐 아니라 자막에도 그대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죠.
위 퀄리티의 자막을 아래의 BD에 삽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얘기가 됩니다.


※ 위 예시의 타이틀 선정은, 앉은 자리에서 손 닿는 거리에 있는 타이틀을 둘러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DVD, BD 중복소장 타이틀일 뿐 다른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디씨지플러스 / 아트서비스





4.

자, DVD의 sub 자막을 그대로 BD에 적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요?

BD용 sup 자막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 파일이 아닌 텍스트 파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림 파일인 sub 자막을 텍스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작업은 수동으로 타이핑 + 문자 인식으로 동일 문자에 일괄 적용, 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위의 예시 샷에 쓰인 자막이라면
카 드 도 로 뺏 어 갔 잖 아 요 치 사 하 게
를 눈으로 보면서 한 글자씩 타이핑을 합니다.
그리고 타이핑을 하고 나면 문자 인식 프로그램이 동일한 그림으로 인식한
모든 부분이 같은 텍스트로 일괄 적용되는 것이죠.

서두에 언급했던 높은 빈도의 자막 오타 발생의 원인은 바로 이 단계에 있습니다.
추출한 sub 자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재타이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때 오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한 자의 오타가 발생하면 그에 해당하는 모든 문자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반 헬싱'에서처럼 '많' → '않' 일괄 오타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_-

즉, 이 문제는 그것이 도용 때문이든 아니면 피치 못할 환경상의 문제이든 간에
정규적인 제작 절차를 밟지 않고 일종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오류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간혹 가다 오타 한두 개 정도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일단 이런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해 놓고 나서
다시 검수하면서 걸러내고 수정하면 되는 일이겠습니다만,
어쩌다 가끔 나오는 글자도 아니고 수시로 나오는
'많' 같은 글자에 오타를 낸 채로 그대로 출시되었다는 부분이
이 케이스에 있어서의 더욱 심각한 점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뭐, 어쨌든 이상으로 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프로세스에 대해 한 번 해설해 보았는데요.

그러니 앞으로 국내 로컬 출시사들은 구 정발 DVD의 자막 유용 작업에 임하면서
오타 검수 작업을 더욱 철저하게............ 가 아니고 말이죠(...)

자꾸 편법으로 단가 낮출 생각만 하지 말고
(정식으로 계약한 경우라도 단가 낮추려는 편법이라는 점 자체는 동일)
정공법으로 깔끔하게 새로 작업하면서 퀄리티에도 더욱 신경 써서 개선을 하고,
그걸로 어필해서 판매량 높일 궁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네.






by 충격 | 2015/05/21 22:05 | 활동사진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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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5/05/22 00: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5/05/22 00:57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5/05/22 01:25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즈라더 at 2015/07/31 13:44
=ㅅ= 빼도 박도 못하는 논리.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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