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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그레이브 - Gungrave - 정발 DVD-BOX 리뷰






# DVD PRIME 리뷰 용으로 작성한 글.

# VIDEO 부문과 AUDIO 부문은 DP측과의 공저.
# 이미지 저작권
ⓒRED ENTERTAINMENT/VICTOR ENTERTAINMENT/EnE Media/MIRAGE ENTERTAINMENT



우리들은 틀린 걸까..

어긋나버린 장소가 생각나질 않아..


게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2002년 7월. PS2용으로 FULL BREAK -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모토를 내건 게임이 발매되었다. 'TRIGUN'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나이토 야스히로씨의 원안과 캐릭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게임의 제목은 'GUNGRAVE'. 화려한 총격 액션으로 적 캐릭터와 배경 기물을 파괴해 나가는 상쾌함을 즐기도록 설계된 이 작품은 게이머들에게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히트를 기록했다. 발매사인 레드 엔터테인먼트는 '사쿠라 대전' 시리즈로 유명한 히로이 오지씨가 이끄는 회사답게 멀티미디어 믹스에 능한 회사인데, '건그레이브'로 처음 프로듀서를 담당한 쿠보 토오루씨 역시 제작 초기부터 애니메이션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 이 때 원안을 담당한 나이토 야스히로씨가 자신의 작품 'TRIGUN'을 애니메이션화했을 당시의 인연을 바탕으로 빅터 엔터테인먼트의 키타야마 시게오 프로듀서에게 기획을 가져갔고,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로서 역시 'TRIGUN'을 제작했던 매드 하우스가 참가. 그에 더해 'TRIGUN' 당시 해외 세일즈를 담당했던 제네온(舊파이오니어)이 이번에는 처음부터 참가하기를 자청하면서 4개사의 공동 프로젝트로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되었다.


애니메이션판의 핵심 인물. 쿠로다 요우스케.

Gungrave 엔딩 스태프 롤의 한 장면.

이 장면에 이끌려서 작품을 보기 시작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면을 담당한 애니메이터 타나카 히로토씨에 의하면 4일간 철야 후 그린 것이라고.

건그레이브의 원작 게임은 일단 배경 설정과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당초 레드 엔터테인먼트의 히로이씨가 나이토씨에게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이토씨의 대답은 "홍콩 느와르 분위기에다, 쌍권총으로 마구 갈기는 것을 해 보고 싶네요." 였다. 이런 기획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게임이니 무엇을 더 말하랴. 하지만 애니메이션판은 게임과는 다르다. 전형적인 복수극의 틀을 갖추고 있던 게임의 원안을 바탕으로 풍부한 드라마를 불어넣었으며, 특히 게임판의 시작 시점 이전의 이야기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는 것이 특징. 요즘 영화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프리퀄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극히 드물게 주인공들의 10대 양아치 시절부터 40대까지의 인생을 그린 서사극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핵심 인물은 누구일까? 그 자신이 만화가이며 작품의 원안을 담당한 나이토 야스히로?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이며 첫 감독 데뷔를 장식한 츠루 토시유키? 아니다. 그 중심에는 각본가인 쿠로다 요우스케의 존재가 있었다.

영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애니메이션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평소 각본가라는 존재는 작품의 근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스태프이면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쿠로다 요우스케씨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어 일본의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인 편인데, 국내에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잠시 그의 대표작들이라도 몇가지 열거해 보도록 하겠다. 마법소녀 프리티사미, 트라이건, 지오브리더즈, 무한의 리바이어스, 엑셀 사가, 푸니푸니 포에미, 스크라이드, 코코로 도서관, 플리즈 티쳐, 육상방위대 마오쨩, 플리즈 트윈즈, MADLAX, 건그레이브, 극상생도회, 유메리아, 허니와 클로버, 데몬베인 등등...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많을 것이다. 쿠로다씨의 작품들을 처음 살펴보면 놀라게 되는 것이 그가 다루는 작품들의 매우 큰 진폭이다. 특히 필자 같은 경우 본격적으로 이 사람의 이름에 주목하며 체크하기 시작한 작품이 '스크라이드' 때부터였는데... 거의 동시기의 다른 작품으론 '코코로 도서관'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쪽은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워 나아가는 사나이들의 데일 정도로 뜨거운 이야기. 또 한쪽은 보고 있으면 졸려올 정도로 포근한 도서관 사서 아가씨들의 잔잔한 일상 이야기.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두 작품을 같은 사람이 썼다는 것부터가 믿기 힘든데, 게다가 같은 시기에 쓰고 있었다니! 이렇듯 폭 넓은 성향에 놀라게 되는 쿠로다씨의 작품 세계이지만, 잘 살펴보면 몇 가지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세인 모에 코드를 내세우는 미소녀물들과, 개그 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코미디물들. 그리고 본 작품 건그레이브가 속하고 있는 시리어스한 작품들이다. 사실 워낙 작업량이 많은 편이다 보니 좀 떨어지는 작품도 없지는 않은데, 그의 작품들 중 무한의 리바이어스 - 스크라이드 - 건그레이브로 대표할 만한 시리어스 노선의 작품들은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한 작품들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쿠로다씨의 팬임을 자처하지만,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시리어스 노선의 작품을 쓰는 쿠로다씨의 팬이 되겠다.)

위의 대표작 리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는 트라이건을 통해 건그레이브의 원안자인 나이토 야스히로씨와 인연을 맺은 바 있고, 이후로도 친분을 유지해 오던 중 나이토씨의 제안을 통해 건그레이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가 참가한 후 몇 차례 스태프들의 합숙 회의가 진행되었고 본 작품의 방향이 잡혀지게 된다. 당초 원작의 액션성을 살려 옴니버스로 매회 악역을 퇴치해 가는 컨셉 등 몇 가지가 검토되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쿠로다 요우스케씨의 제안을 따라 청년 시절부터 차례차례 드라마를 쌓아가는 서사극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보통 메인라이터가 시리즈 구성을 담당하여 전체적인 틀을 짜고 중요 에피소드를 집필, 나머지는 몇몇 작가에 의해 분업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 하지만 쿠로다 요우스케씨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취하지 않고 혼자 전편을 쓰는 일이 잦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건그레이브의 경우도 연속적인 서사극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서 그가 혼자 전편을 집필하기로 결정. 이러한 작업 방식은 전편에 걸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도 기여하게 된다. 작품의 원안 및 애니메이션화에 있어서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나이토 야스히로씨가 제공한 엣센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결과물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본 작품의 짜임새 있는 드라마는 쿠로다씨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나이토 야스히로씨는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시리즈 구성은 자신의 기량으론 쫓아갈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가버렸다고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극의 전반부. 컨셉은 '대부'풍의 정통 마피아 드라마.

Gungrave 제8화 'FAMILY' 中.

본편의 큰 줄기와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마피아물로서의 매력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제8화.
각 분야 스태프들이 꼽은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TV 애니메이션 DVD의 경우 고가의 박스 셋이 되는 특성상 구입자의 상당수가 이미 한번 이상 작품을 감상한 경우가 많을 텐데, 이 작품의 경우 애니메이션 팬이 아닌 일반 영화팬들에게도 꽤나 어필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미감상이신 분들께도 한번쯤 권하고 싶은 작품이니만큼 전체적인 스토리를 (매우) 간략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혹 걱정되실 분들을 위해 미리 밝혀두자면 이 작품의 경우 스토리 소개 정도로 스포일러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다. 애초에 게임으로 이미 전체적 윤곽이 알려진 상태에서 방영이 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제작 사이드에서도 그것을 전제로 만들었을 터. 오히려 어느 정도는 알고 보는 편이 이 작품을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된다. 브랜든과 해리의 행복한 시절과 같은 부분은, 두 사람의 예정된 파국을 알고 있을 때에 비로소 가슴을 아려오는 장면들로서 성립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최대한 백지상태에서 감상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걸러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게임 원작을 제작할 당시 나이토 야스히로씨가 생각했던 주요 컨셉은 오우삼류의 홍콩 느와르 영화들과 근래 '씬 시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출세작 '데스페라도' 였다. 물론 액션적인 요소들에 대한 컨셉이었는데, 이를 서사극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되면서 쿠로다 요우스케가 주요 컨셉으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대부' 시리즈를 비롯한 정통 마피아 영화였다. 갱스터 범죄물, 느와르 영화는 영화계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장르이지만 애니메이션계에서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장르다. 이에 쿠로다 요우스케의 선택은 기발한 이야기들을 펼쳐나가기보다는 다소 뻔할지라도 고전적인 정통 마피아 드라마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Gungrave 제2화 'YOUNG DOGS' 中.
양아치 시절의 브랜든 일행이 아지트로 삼았던 죠리스의 가게.
이야기는 이곳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돌아온다.

애니메이션판의 제1화는 게임의 시작 시점, 브랜든 히트가 비욘드 더 그레이브로서 깨어나는 부분을 보여주는데,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난 데 없는 전개에 당황스럽겠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진짜 시작은 2화부터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 브랜든 히트와 해리 맥도웰의 청년 시절부터 시작된다. 일상적으로 범죄가 난무하는 슬럼가에서 태어나 자란 두 사람은 친구들과 함께 작은 도둑질 같은 것으로 하루하루를 때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하는 짓은 결국 범죄일 뿐이지만) 그들은 자유로웠고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브랜든에게는 서로 간에 끌리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마리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무뚝뚝한 브랜든의 성격상 진전은 전혀 없었지만), 명석하고 언변이 좋은 해리는 작업한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하면서 지낸다. 그들은 동네의 다른 양아치 그룹인 디드 일행과 자주 다투고 있었는데 어느 날 디드의 형인 마피아의 일원 래드가 돌아오게 되고... 몇 가지 사건에 말려들면서 주변 인물들이 살해되고 해리는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게 된다.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자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든 자유롭게 빼앗을 수도 있고 부여할 수도 있는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하게 되는 해리. 지역 최대의 범죄조직인 밀레니온의 간부 베어 워켄과 랜디와의 만남을 통해 해리는 밀레니온으로 들어가게 되고, 브랜든도 그를 따른다. 이후 해리는 타고난 수완과 책략으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확립해 가고, 브랜든 역시 조직의 스위퍼로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밀레니온에 도전해 오는 또 다른 범죄조직 라이트닝과의 항쟁을 통해 죽은 사람을 되살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악마의 기술 네크로라이즈와 조우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극의 전반부는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통 마피아 드라마로서의 원형적 매력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우정과 의리, 출세를 위해서라면 은혜도 저버리는 음모와 책략, 조직의 철칙과 배신자에게 안겨지는 죽음, 조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조직의 1세대와 야욕을 쫓는 신진 세력의 대립 등등, 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통 마피아물의 뼈대 위에 오우삼 느와르류의 액션과 네크로라이즈라는 SF적 오버 테크놀로지의 요소가 더해지고 있다.

실록 브랜든 히트 변천사.
좌측의 양아치 시절과 우측의 패밀리 시절은 나이토 야스히로씨의 원안을
애니메이션판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시노 마사노리씨가 손본 것.
중앙의 땋은 머리는 그 사이를 계산하여 시노씨가 고안한 디자인이다.

이 작품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점은 세월의 표현이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례로 캐릭터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긴 시간을 그리는 작품이 많지 않을 뿐더러, 현실세계에서는 수십 년간 수 없이 많은 에피소드를 거치더라도 극중의 세월은 전혀 흐르지 않는 작품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 바로 이 바닥이니 말이다. (도라에몽, 사자에상 등 대표적인 장수 애니메이션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흔하게 우스개로 통용되는 소년탐정 김전일 등 사례는 얼마든지 있겠다.) 장발에서 묶은 머리, 안경에 올백으로 변해가는 브랜든의 모습이라던가, 말라깽이 대식가로 처음 등장해서 종국에는 콜레스테롤 과다로 인한 뇌혈전으로 쓰러지기까지 살 쪄가는 밥 파운드맥스의 모습 등등을 바라보는 것 또한 이 작품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이것은 시청자 뿐 아니라 제작진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듯, 캐릭터 원안을 제공한 나이토 야스히로씨나 애니메이션용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시노 마사노리씨의 발언을 통해 이 작업이 매우 즐거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의 스마트한 청년에서 후반의 중년 신사까지, 세월의 흐름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캐릭터인 해리 맥도웰 같은 경우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성우까지 교체되고 있다. 극중의 위치상으로도 그렇지만 그의 변화는 대부1, 2를 지나 3로 넘어올 때의 마이클 꼴레오네같은 느낌을 전해준다.(극중 스토리와 캐릭터적인 면에서 그러한 반면, 배우인 알 파치노의 외형적 이미지는 선대 보스인 빅 대디의 모델로 사용되었다.)


실록 해리 맥도웰 변천사.
패밀리 시절까지는 하마다 켄지씨가 목소리를 담당했고,
시간적 텀이 큰 중년기로 넘어가면서 이소베 츠토무씨로 목소리가 교체되었다.

 

이야기의 터닝 포인트. 두 사람의 파국.

두 사람이 조직에 들어온지도 어언 8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해리와 브랜든은 이미 최연소의 간부 - '패밀리'로서 조직의 실세를 장악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직의 보스 '빅 대디'는 자신의 노쇠를 깨닫고 후임을 임명하기로 한다. 누구나가 해리의 승계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빅 대디는 조직의 중견 간부인 알자크를 지명한다. 빅 대디는 해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직감적으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이 여기던 브랜든에게 털어놓는다. 이에 브랜든은 대답한다. 해리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만약 조직의 철칙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 을 어기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처단하겠다는 말 또한 덧붙인다. '그것이 그 누구일지라도'. 우연히 그 대화를 도청하게 된 해리는 매우 복잡한 심정을 떠안게 되고... 어느 날 간부 회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해리는 브랜든에게 제안한다. 빅 대디를 없애버리자고. 그렇게 하면 마리아도 네 것이 될 것이라고. (이 시점에서 마리아는 빅 대디의 아내이다.) 브랜든은 제안을 거절하고 해리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결국 친구를 쏠 수 없어 총을 떨어트리는 브랜든. 그리고 브랜든이 자신보다 빅 대디를 선택했다는 생각을 억누를 수 없었던 해리는 브랜든을 사살한다. 사실 소개를 위해 위와 같이 단순화해서 적어보기는 했지만, 간단한 몇 줄의 글로 그들의 감정 - 특히 해리의 감정을 요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의 미묘한 감정을 쫓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가슴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Gungrave 제14화 'DIE' 中.

TV 애니메이션판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는 브랜든 살해 씬.

TV 애니메이션의 경우 감독이 모든 화수의 세부까지 직접 연출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분업 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의 연출가가 나누어서 그림 콘티와 연출을 맡게 되는데, 이야기가 한번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에피소드인 제14화는 츠루 감독이 직접 그림 콘티와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14화의 핵심인 브랜든 살해 씬은 대단히 높은 평가를 얻으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해리의 권력에 대한 상승 욕구를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의 상승중인 엘리베이터. 그와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브랜든. 서로 등을 돌린 채 흐르는 어색한 침묵. 흑백의 수트로 대비되는 두 사람. 바깥으로부터 비춰 들어와 검은 수트의 브랜든만을 비추는 절반의 햇살. 정확히 그 가운데로 떨어지는 권총. 초고층의 정상을 향하는 엘리베이터로부터 죽음의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해 가는 브랜든... 수 많은 의미와 감정을 함축하고 있는 이 씬은 말 그대로 명장면에 다름 아니었다. 장편 TV 애니메이션에서 씬 하나의 연출을 두고 이만큼 평가가 이루어지고 회자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 장면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츠루 감독은 앞에서 언급한 합숙 회의를 통해 이야기의 방향성이 모두 정해진 이후에 뒤늦게 합류한 스태프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성 자체에는 크게 관여할 수 없었고 감독 본인도 이 점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러한 아쉬움을 날려버릴 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출한 에피소드가 바로 이 14화 'DIE'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초 이 에피소드의 시나리오는 현재의 결과물에 비해 보다 대사 위주로 해리의 심리를 설명하며 흘러가도록 구성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츠루 감독의 각별한 요청으로 인해 이미지 중심으로 심리를 묘사하도록 다시 쓰여졌다고 한다.

참고로 이 부분의 연출은 TV 방영시의 것과 DVD 수록판의 것이 약간 다르다.
방영 당시 심의 규정 제한 때문에 표현을 약간 완화했던 것.
몇 컷 되지는 않고 그리 큰 차이는 없지만 팬이라면 궁금해 할 법한 부분이고,
현재로서는 따로 TV 방영시의 버젼을 볼 경로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한번 소개해 본다.
이미 이 장면을 인상 깊게 보신 분들은 비교와 함께 다시 한 번 감상에 젖어보시기 바라며,
아직 미감상이시고 본편 감상시의 감흥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으신 분은 넘어가 주시기 바란다.
지름신이 올까 말까 하시는 분들 중 명장면 한번 보고
방문해 주십사 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무방하겠다.
반대로 올까 말까 하시는 분들 중 방문을 원치 않으시는 분은 자제하시길.
그 분이 오셔도 필자는 책임질 수 없다.

연속 캡쳐 클릭!

 

극의 후반부. 예정된 운명을 향하여.

Gungrave 제16화 'LETTER' 中.
자네는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아도 좋네.. 계속 잠들어 있어 다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아들이여

게임 원작의 빅 대디라는 인물을 납득할 수 없었던 쿠로다씨는
그에게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한 각색에 고민이 많았는데,
카유미 이에마사씨가 성우로 결정되면서 온후한 목소리만으로도 상당한 신뢰성이 부여되었다.
(국내 출시작 中 유명한 것으로는 자이언트로보의 고요한 츄죠 장관役이 있다.)


이야기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넘어 비로소 원작 게임의 시점을 맞이한다. 이제 전사(前史)로서의 브랜든 히트가 아닌 비욘드 더 그레이브로 돌아와야 할 시간. 끝까지 해리를 믿고 싶었지만 내심 해리의 야욕을 감지하고 있던 브랜든은 미리 자신이 준비해 둔대로 네크로라이즈로서 죽음의 늪에서 부활한다. 하지만 브랜든의 안식을 바라는 빅 대디는 Dr.토키오카에게 그를 잠재워 줄 것을 요청하고, 브랜든은 다시금 긴 잠에 들어간다. 그리고 십 수 년 후 조직에 쫓기게 된 빅 대디와 마리아가 남긴 딸 미카가 브랜든을 찾아오고... 긴 수면에서 깨어난 비욘드 더 그레이브는 단 한명의 '패밀리'를 지키기 위해, 단신으로 거대 조직 밀레니온에 맞선다. 밀레니온은 해리의 집권 이후 네크로라이즈 기술을 사용한 괴물 - 오그맨을 이용해 몇 배로 세력을 불리고 있었고, 오그맨 이상의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간을 초인병기화시키는 슈페리오르를 실용화시키는 단계에 있었다. 역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브랜든과 그들의 격돌은 초인적인 전투 상황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구성은 이 작품의 시청률에 있어서 하나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처음부터 원작 게임과 같은 화려한 총격전만을 기대했던 시청자 층은 이미 전반부의 정통 마피아 드라마에서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고, 꾸준히 작품을 시청해온 팬들에게는 전반부의 리얼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게임'스러운 전개가 평가 하향을 불러온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평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전반부의 마피아 드라마가 더 좋았다. 후반은 좀 별로였는데... 마지막 2화에서는 보상받았다.' 라는 내용일 것이다. 이것은 초인적인 액션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서의 태생적인 딜레마였다.

Gungrave 제23화 'DAUGHTER' 中.

비욘드 더 그레이브에게 대항하기 위해 슈페리오르 처치를 받은 베어 워켄의 오버킬 형태.
각자의 소중한 가족을 위하여... 밀레니온 역대 최강의 두 사나이가 맞선다.


필자는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에 대해 굳이 반론을 제기해 두고자 한다. 후반부에서의 평가 하향은 예상과 어긋나는 것에 대한 적응의 문제이지, 결코 극의 밀도가 떨어진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기 위해 영화의 예를 들어보자면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실망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실제로는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는 '크기'가 아닌 '방향'의 차이에서 오는 실망감이다. 영화의 퀄리티가 크게 떨어지지 않더라도, 자신이 예상했던 성격의 영화가 아니었을 경우에 쉽게 실망해 버리는 것인데,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영화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쉽게 두드러진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어떨까. 본 작에서는 전반부의 분위기를 원하지 않는 시청자는 일찌감치 떨어져나갔으니, 끝까지 보고서 평가할 일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꾸준히 보아온 시청자라면 이미 전반부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고 어떤 일정한 노선에 대한 기대가 저절로 생겨나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등장한 게임판의 코스튬은 다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느껴졌고, 비욘드 더 그레이브와 슈페리오르가 펼치는 초인적인 전개는 굉장히 비약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Gungrave 제24화 'LAST BULLET' 中.
한 때는 적이었고, 한 때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켰던 형제와의 재회.
두 사람은 이제 자신의 선택을 관철시키기 위해 서로의 목숨을 걸고 격돌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곧바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전반부의 마피아 드라마에 푹 젖어있었던 본인도 첫 감상시에는 약간은 그러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DVD(북미판) 구입 후 미리 전후반의 변화를 인식한 채 - 선입견에 의한 방향 설정 없이 재감상을 하면서 이러한 느낌은 사라졌다. 후반에 들어 게임 원작으로 돌아오게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이미 게임의 그것과는 다르다. 애니메이션의 전반부를 통해 쌓아올린 풍부한 드라마는 후반부 초인들의 싸움 속에서도 그대로 밑거름이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던 두 형님의 분열 속에 모순된 감정을 간직한 채 그레이브에게 도전하는 쿠가시라 분지. 평생을 정보 담당으로 살아오다 슈페리오르의 능력을 손에 넣게 되자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밥 파운드맥스. 힘든 선택 끝에 자신의 친형마저도 배신하고 해리를 따르다 절친한 친구인 밥마저도 잃으면서 점차 이상 성격의 킬링 매니아가 되어버리는 발라드버드 리. 그 누구보다 밀레니온과 빅 대디에게 두터운 충의를 지니고 있었지만 해리를 사랑해 버린 자신의 딸을 위해 마지막까지 해리를 떠받치며 자신의 제자나 다름없던 브랜든에게 칼을 겨누는 베어 워켄... 모두가 전반부의 드라마를 바탕으로 밀도 있는 이야기를 갖추고 있다.

Gungrave 제23화 'DAUGHTER' 中.
나이스 중년 베어 워켄을 편애하는 본인의 성향으로 인해 끼워 넣어 본 스샷.
셰리 워켄의 소녀 시절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테디 베어워켄 베어!!에도 관심 좀 주시기 바란다.

또한 이렇게 전반부의 흐름을 잇고 있기 때문에 생긴 또 하나의 변화로 원작이 지니고 있던 전형적인 복수극 플롯의 약화를 꼽을 수 있겠다. 위에서도 여러번 복수극임을 언급했고 이 아래로도 계속 언급하겠지만... 사실 애니메이션에서의 비욘드 더 그레이브는 꼭 복수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뉘앙스가 짙다. 특히 마지막 2화에서는 전반부의 내용에 보다 강하게 링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앞서 말한 '일반적 평가'가 나왔다고 볼 수 있겠다. 브랜든 히트와 해리 맥도웰... 한때는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지금은 원수가 된 두 사나이... 과연 수십여 년의 세월을 지나서 그들이 다다르게 되는 결말이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전후반의 분위기 차이는 미리 머릿속에 넣어놓고서 말이다. 이미 한번 보신 분들의 경우는 저절로 그렇게 되겠지만... 사실 본 작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두 번 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 단락에서 이야기한 전후반의 인식 면에서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면에서도 일단 전체 내용을 알고서 다시 볼 때의 맛이 각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번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제작진 측에서부터 그러한 인식을 지니고 제작을 했기 때문에, 브랜든과 해리 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의 예정된 미래를 알고서 볼 때 한층 애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미 보신 분이든, 앞으로 보실 분이든 간에, 이 작품이 마음에 드신 분이시라면 꼭 한번 재감상해 보시기를 권해 본다.

 

어느 유명한 작품과 비슷한 구조

일단 작품의 소개는 대충 마무리한 셈이 될 텐데, 한 단락 더 써보고자 한다. 아직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로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리뷰를 읽고 계실 분들이라면 안 보신 분들보다는 보신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 작품 중에 본 작과 매우 유사한 구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베르세르크'다. 베르세르크의 첫 부분은 검은 검사로서의 가츠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건그레이브의 1화는 비욘드 더 그레이브의 에피소드가 맛보기로 들어간다.) 이후 이야기는 가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새로 시작한다. (건그레이브 역시 2화부터 청년기를 다루며 새로 시작한다.) 육체파인 가츠는 뛰어난 지략가이자 신비한 존재감을 풍기는 그리피스와 만나 매의 단에 들어가고 승승장구한다. (육체파인 브랜든은 명석하고 리더십이 있는 해리와 함께 밀레니온에 들어가 승승장구한다.) 그리피스는 평민 출신으로 작위를 받을 만큼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며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최연소의 '패밀리'로서 차기 보스가 확실시 될 정도가 되는 해리.) 하지만 어느 날 그리피스와 공주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는 가츠... 가츠는 그리피스에게 있어 '부하'가 아닌 '대등한 자격을 갖춘 친구'가 되기 위해 그리피스를 떠난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가츠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그리피스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만다. (어느 날 브랜든과 빅 대디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는 해리. 브랜든이 빅 대디에게 기울고 있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던 해리는 브랜든을 사살하고 만다.) '식' 사건 이후 모든 동료를 잃은 가츠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전사 '검은 검사'로서, 사도와 마물들의 습격을 물리쳐 가며 그리피스를 향해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난 브랜든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전사 '비욘드 더 그레이브'로서 슈페리오르와 오그맨의 습격을 물리쳐 가며 해리를 향해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어떠한가? 상당히 흡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게임에서 준비된 복수극의 플롯에 과거의 이야기를 덧붙이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이런 형태는 예정된 것이었겠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 의식적인 벤치마킹이었는지, 아니면 하다 보니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작가가 이 유사성에 대해 인식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쿠로다 요우스케씨는 대단히 머리가 좋고, 계산이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야기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14화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부분이다. 모처럼 예전 살던 곳을 둘러보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해리와 브랜든. 어렸을 적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고아원을 지나가면서 해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바람에 날려가는 시트를 쫓아 끝없이 달려가면서 자유를 갈망하던 그 이미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베르세르크에서, 마찬가지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식' 직전 그리피스의 환상 장면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그리피스가 저 멀리, 저 높은 곳의 성을 향해 달려 나가던 그 이미지. 두 장면은 두 사람의 욕망의 근원적 심리를 보여주는 이미지로서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베르세르크 제12권 '뒷골목의 소년' 中.

건그레이브 제14화 'DIE' 中.
이 장면은 또한 위에서 소개한 엔딩 스태프 롤의 달리기 씬과도 싱크로한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본 작을 유사품으로서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 오해하시면 곤란하겠다. 필자는 본 작의 팬이니까. 두 작품은 분명히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야기라는 건 자고로 플롯만으로 그 가치를 잴 수 없는 법. 이 작품은 그 외에도 공공연히 언급된 바 있듯 여타의 마피아 영화나 액션 영화들의 상투적인 부분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극중 해리와 빅 대디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버본과도 같은 위치에서, 파생물로서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내본 것은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이 자신의 취향과 견주어 보기에 좋은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본 작과 베르세르크가 취하고 있는 기본 구조 '재능 있는 두 청년의 석세스 스토리 + 인류 역사상 가장 고전적인 이야깃거리 중 하나인 복수극'의 구조는 그만큼 매력적이고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베르세르크 - 그 중에서도 특히 황금시대편(과거편)을 좋아하고, 동시에 대부풍의 마피아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대체로 취향에 들어맞을 작품이 아닐까 한다.

 

맺으며.

Gungrave 최종화 '파괴자들의 황혼' 中.

이 작품의 소개를 하다보면 상투적으로 쓰게 되는 말이 있다. 이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대부'풍의 정통 마피아 드라마와 스타일리쉬 액션의 결합이라는 것. 하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이 작품의 본질적인 매력은 드라마에 기대고 있다. 물론 원작의 특성상 스타일리쉬 액션의 면모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TV애니메이션으로서의 제약 상 액션에 중점을 두고 기대를 한다면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초중반 창고에서의 총격 씬에서 아무리 '가만히 있어도 총알이 피해간다는 주인공의 법칙'이 있다지만 너무 안 움직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본 작은 어디까지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기보다는 진득한 드라마의 매력을 찾기에 적합한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그 밖에 본 작의 단점을 들어보자면 역시 이쪽 장르를 다룬 작품으로서의 태생적인 한계인 마피아 - 폭력의 미화라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으므로... 이런 쪽의 묘사에 거부감이 강하신 분이라면 굳이 찾아보실 필요는 없겠다. 사실 브랜든이 아무리 배신하지 않을 것 운운, 가족을 지킨다느니 운운을 하더라도 냉정하게 바라보면 대량 살인자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그는 이런 류의 캐릭터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해리는 범죄조직으로서도 명분이 서지 않는 더러운 일은 쿠가시라 분지에게. 명분이 있는 처단은 브랜든에게 할당하고 있었다.) 이런 쪽의 거부감만 없으시다면 본 작은 충분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서 모두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앞에서 이미 참조가 될 만한 여러 다른 작품의 예를 들었으니, 굳이 애니메이션 팬이 아니더라도 이런 쪽의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체크해 보시길 권한다. 절대적인 자유를 쫓아 - '무엇이든 빼앗을 수 있고 무엇이든 부여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손에 넣으려 한 사나이 해리 맥도웰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자유롭지 못해도 좋았던 - '부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있었던 사나이 브랜든 히트. 두 사람의 기나긴 여정... 우정과 성공과 어긋남과 회귀의 인생 역정을 함께 해 보자.

 

DVD QUALITY


VIDEO : TV 방영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임을 고려하면 극장판 혹은 OVA와 비교 시에 작화의 수준이나 물량 면에서 다소 뒤처질 뿐이지 화질 자체는 딱히 흠잡을 데 없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잡티 하나 없는 우수한 투명도와 속도감 넘치는 액션씬을 무리없이 커버하는 노이즈 억제 등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해상력은 무난한 수준. 다만 전반적인 화면 성향은 최근 출시된 <엠마>처럼 다소 소프트한 편이다. 때문에 단순히 화면 자체만 놓고 보면 블랙 레벨이나 컬러 새츄레이션은 다소 들뜬 듯 느껴질 수 있으나 작화 상 의도적인 화면 기법으로 보는게 옳다.

별도로 입혀진 스태프롤로 인해 프로그레시브 처리가 되지 않은 오프닝과 엔딩을 제외한 본편 영상은 실질적으로 프로그레시브 재생에 완벽히 대응한다. 다만 PC상에서 파워DVD같은 PC용 소프트웨어로 구동 시에 디인터레이싱을 AUTO로 해놓았을 경우 NTSC소스로 판독하여 BOB 재생을 하게 되는 난점이 있으므로, 가급적 디인터레이싱 기능을 끄고 WEAVE 모드로 재생하길 권장한다.


AUDIO : 리니어 PCM 스테레오 소스만 수록한 일본판과 달리 국내판에는 일본어 DTS 트랙(768Kbps)과 돌비 디지털 2.0 트랙(448Kbps)이 실려있다. 북미판을 발매하면서 해외 사업 전개를 담당한 제네온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새롭게 제작된 DTS 트랙은 스테레오 음향에 비해 확실히 파워풀한 음향을 들려준다. TV 방영 버전인탓에 애초부터 5.1채널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총소리의 탄탄한 격발음과 잔향을 효과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서라운드 채널에 분배하고 있기에 멀티채널의 장점을 적절한 수준에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이마호리 츠네오의 현악 위주 스코어도 여타의 효과음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 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SPECIAL FEATURES


작품과 AV 퀄리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반면 고가의 DVD 박스 구입을 쉽게 권하기에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바로 스페셜 피쳐 부문이다. 매우 기본적인 구성으로 논텔롭 오프닝과 엔딩, 몇 가지의 홍보용 클립, 게임판 속편 GUNGRAVE O.D.의 데모 무비, 주요 캐릭터와 각화의 설정 자료, 전13권으로 구성된 일본판 DVD 각권의 커버 일러스트 갤러리, 제작사의 차기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OVA판 '헬싱'의 홍보용 무비가 수록되어 있다. DVD 구입자만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스페셜 피쳐는 없는 셈. 이는 일본 원판에서도 마찬가지인 사항으로 원래부터 그런 것이고, 한국판에서 특별히 빠지거나 한 것은 없다.

대신 제작사에서는 일본에서는 별도로 출간되어 있는 설정자료집 'Gungrave -the backyard-'를 초회 특전으로 준비했다. 필자는 이미 일본 원판으로 구입하여 읽은 책자인데, 단순히 설정자료집이라 부르기에는 굉장히 충실한 읽을거리를 갖추고 있는 책이다. 이번에 제공되는 초회특전은 기본적으로 대형본 사이즈의 72P 책자로 제공되고 원본 책자의 일부는 부클릿에도 분산 수록된다고 한다. 특히 전부문에 걸친 주요 스태프들 및 성우들의 인터뷰가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이 글에서 소개한 에피소드들도 대부분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다. 그리고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인 '각본가인 쿠로다 요우스케씨가 생각하기에, 게임 원작의 빅 대디가 아주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되어서 고심 끝에 변경한 이야기로 나름대로 정합성을 갖추고자 노력한 에피소드(원작의 빅 대디는 잘 생각해 보면... 여자는 빼앗고 죽으면 되살려내서 싸우게 만드는... -_-;)' 등 팬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이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완성까지의 거의 모든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캐릭터가 각자의 행동 원리를 지니고 일관성 있는 행동을 취하도록 많은 부분에서 신경 쓰고 고심한 흔적들도 특히 눈에 띄는데, 극중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납득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여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로는 구할 수 없는 한글 번역판인 만큼 이 작품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컬렉션 아이템이 되어줄 터. DVD의 부실한 스페셜 피쳐에대한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줄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팬이라면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by 충격 | 2006/12/04 21:04 | 스튜디오 오르페 | 트랙백 | 핑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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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16 08:57
안녕하세요, 충격님.
트랙백을 타고 왔습니다만, dp의 리뷰로 먼저 읽었던 글이네요. 새삼 반갑습니다. ^^

저도 건그레이브는 상당히 좋아해서 북미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 그럼에도 코드3을 기웃기웃하고 있어요 - 특히 해리가 브랜든을 사살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1화와 똑같은 17화였나요? 느낌이 너무 달라짐에 놀라기도 했구요.
그래도 역시 '대부'의 느낌이 배어나는 전반부가 좋네요. 후반부의 작품성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취향에 좀 덜 맞아서요.

추천해주신 스크라이드는 조만간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6/12/16 09:49
- 열어봤으니 뭐라도 하나 걸어놔야겠어서 일단 구색 맞추기용 펌질이죠, 뭐.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따로 길게 쓸 것도 없고... - -
- Tai 님께 구입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뭔가 좁은 이 바닥)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16 15:19
캬~ 엄청 좁은 그 바닥이로군요. 맞습니다.
얼마전 dp 장터에서 Tai님에게서 아라한 한정판을 구매했는데, 잘 봤다고 인사하기에는 너무 바쁜지라 그냥 와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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