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블랙잭 선생 수난의 날 (by 나가이 고)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블랙잭 트리뷰트 앤솔로지격의 책들 중
블랙잭 ALIVE 2권을 구입했습니다.

이번 구입의 목표는 나가이 고 선생이 그린 '폭풍치는 밤에'.
다른 작가들은 주로 자신의 작품에 블랙잭이 찬조출연하는 방식을 취한데 비해,
나가이 고 선생은 테즈카 선생의 그림체를 흉내내어 테즈카의 세계를 그려내려 했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테즈카 선생의 여러 작품들의 캐릭터를 모아놓은 이야기로 되어있군요.
한편으로는 자기복제와 자기인용의 방법론을 즐겨 사용하는 나가이 고다움이 엿보입니다.


어느 폭풍치는 밤...
이런 날은 환자를 받지 않겠다 선언하는 블랙잭 선생이었지만,
피노코가 환자를 들여버립니다.
환자는 '세번째 눈이 뚫렸다(국내 해적판명:세눈의 비밀)'의 샤라쿠 호우스케.
그 자신도 의사인 양아버지는 단순한 사마귀가 아니라 뇌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며
블랙잭에게 제거 수술을 요청합니다.

이유는 완벽하게 불명이지만 어째서인지 수술에 끼어들고 있는 나가이 고 선생.
캐릭터로 등장할 때는 히야야츠 고라는 인물명을 사용합니다.

유감이지만 자신으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며 수술을 포기한 블랙잭 선생.
다만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 최선임을 알아냈다는 조언을 건넵니다.

블랙잭 선생 의료 인생 최대의 추태로군요. 이런 돌팔이 같은 처방을...

(아니, 뭐. 사실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 최선인 건 맞습니다만.)

한숨 돌리기도 전에 찾아온 손님.
'도로로'의 햑키마루가 등장합니다.

시대설정은 완전무시로군요...
라기보다도. 폭풍치는 묘한 밤에 시공간이 얽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정도의 뉘앙스인 듯 합니다.
물론 그 정도 설명으로는 저들이 블랙잭의 존재를 알고 찾아왔다는 것이 말이 안됩니다만...


자꾸 따지고 들면 지는 겁니다.

이건 그냥 이런 이야기예요.



어쨌든 햑키마루의 요구는 자신의 몸에 장치된 무기들을 더 강력한 것으로 바꾸어 달라는 것.
블랙잭 선생은 자문합니다. "이런게 의사가 할 일인 것인가?"

제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아니죠. 그것은 블랙고스트단이 할 일 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진짜 요괴들까지 나타나 습격해 오는데...
블랙잭 선생의 수술로 파워업한 햑키마루는
오른손의 개틀링건과 무릎에 장착한 미사일(004?)로 요괴를 퇴치해 버립니다.

감탄하는 도로로에게 자신의 힘이 아니라 의사의 실력이라고 말하는 햑키마루.

아니, 그건 엄밀히 말해서 의사의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니, 그건 그렇고...

어째서 집안에 개틀링건과 미사일을 상비하고 계신 겁니까, 선생님!!??
(정말 블랙고스트단의 일원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그려...)

햑키마루가 떠나자마자 또 다시 손님이 들이닥칩니다.
이번엔 '리본의 기사'의 사파이어 왕자.

과연... 시대고 뭐고 없습니다.
사파이어 왕자는 블랙잭 선생에게 성전환수술을 요구합니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지만
속옷까지 다 벗어버릴 건 없잖아요?

물론 나가이 고 버젼이라서 그런 것일 뿐이지만.

아니, 그럴게 아니라, 사실 남자끼리라도 굳이 다 벗진 않는데???


하지만 막상 수술을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나타난 칭크가
사파이어에게서 '남자의 마음'을 뽑아내 버립니다.

분명히 남자의 마음을 뽑아냈을 뿐인데,
기억까지 없어진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사파이어 공주는
블랙잭 선생을 변태의사 취급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프란츠 왕자는 정의의 한방을 행사합니다.

악당 의사는 두번 다시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정의의 히어로 프란츠 왕자와 일행은 떠나갑니다.

급기야 테즈카 선생 본인까지 등장하여 청소년 고민상담을 시작합니다. (막 가는구나...)

의사와 만화가 사이에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테즈카군에게
바보같은 소리 말라며 당연히 의사가 좋다고 일축해 버리는 블랙잭 선생.

그 순간 블랙잭과 피노코는 자신들이 사라지는 현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니, 그건 그런데... 고 선생, 당신까지 사라질 필요는 없잖습니까?

음... 자꾸 따지면 지는 겁니다.
테즈카 선생이 없었다면 자신도 없었다는 존경의 뜻으로 받아들여 둡시다.

포용력 있는 독자가 되어 보아요.

당황하여 급히 말을 바꾸는 블랙잭 선생.

과연...목숨이 왔다갔다 하면 소신이고 뭐고 없는 겁니다.

만화가가 되라며 명령조로 외치는 블랙잭 선생.
테즈카 학생도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길 원했다며 뛸듯이, 아니 뛰면서 기뻐합니다.


소멸 현상도 사라지고, 폭풍의 밤도 맑게 개이며
블랙잭 선생 수난의 하룻밤은 무사히 지나갑니다.


= 끝 =






테즈카 선생의 캐릭터들을 불러모아놓고 장난을 치고 있을 뿐
이야기로서의 자체적인 깊이같은 건 전혀 없는 단편입니다.

마지막의 테즈카 선생 본인 등장에 이르러서는 이야기의 정합성 따위는
따져볼 생각도 들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죠.

다만 나가이 고의 팬으로서는 여기서의 테즈카 선생이,
이를테면 바이올런스 잭의 아스카 료와 같은 존재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해요.
'창조주'라는 건 나가이 고의 주된 테마 중 한가지입니다.



그리고 전후의 일본에서 이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야말로


만화의 신(神) 테즈카 오사무 라고 할 수 있겠죠.




그것이 '폭풍치는 밤에' 편이 일련의 블랙잭 트리뷰트 앤솔로지 중
마지막편으로서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手塚プロダクシャン / 永井豪




 

by 충격 | 2007/02/27 12:55 | 永井 豪 WORLD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shougeki.egloos.com/tb/96400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사노 at 2007/02/27 17:37
그냥 웃으면서 봤지, 그러고보니 나가이 고 선생 캐릭터가 사라지는 건 신경도 안 썼던 저로군요;;;

저는 책보다는 잡지 형식으로 나론 블랙잭 매거진으로 처음 봤고, 거기서는 대두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블랙잭에서 아예 나가이 고 선생이 블랙잭의 고교 동창생으로 출연한 [게라]편을 생각하면 저 사라지는 장면은 안구에 쓰나미네요.
Commented by skan at 2007/02/27 18:22
기관총에다가 리본의 기사 성전환이라니 정말 나가이고 선생 다운 만화같습니다.
Commented by FREEPLAY at 2007/02/27 19:57
"호오.."하며 보다가 "푸하하"로 한방에 변환
저 사라지는 부분은 진짜 대박이군요
Commented by 충격 at 2007/02/27 20:54
사노님/ 잡지판은 판형이 크다는 건 확실히 좋지요. (문고를 선호하는 놈이 할 소린 아니지만;;)
본문엔 농담식으로 써놨지만 스스로도 '어째서?'를
붙여놓은 걸 보면 저런 속뜻을 유추해 달라는 싸인이 맞지 싶어요.
skan님/ 부분부분의 묘사뿐 아니라 이 단편 전체의 구조가 딱 나가이 고 스럽습니다.
기본적으로 바이올런스잭의 축소판이랄까요.
(여러 작품을 총집결시키는 구도 + 극중인물이자 동시에 창조주인 존재)
FREEPLAY님/ 사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가 죄다 개그인 걸요.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2/27 21:06
가장 장난같은 작품이지만 솔직히 같이 실려있는 다른 작품들과 같이 보면 가장 재미있더군요.
역시 베테랑은 날로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나마 ALIVE쪽은 건질만한게 좀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딴 잡지에서 연재된 블랙잭M 같은 경우는 정말 쓰레기 집합소라서;;;)
Commented by 충격 at 2007/02/27 22:01
데빌맨을 처음 읽었을 때라든가, 사이보그009를 뒤늦게 제대로 전권 독파했을 때라든가,
절실히 느끼곤 했었죠. '과연. 거장은 괜히 거장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저도 ALIVE 1권까진 추가구입할 용의가 있는데 M은 하도 혹평들만 있어서 방치 플레이하려고요.)
Commented by 세가사탄 at 2007/02/28 13:06
하핫 굉장하군요. 이런게 있다니... 재밌네요. ^^
앤솔로지코믹은 재밌게 본게 거의 없어서(대체로 18금게임 앤솔로지 코믹)
nds로 블랙잭게임이 참 재밌습니다.
터치펜과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실제로 외과수술을 하는건데... 이 포스팅을 보니 갑자기 그 게임이 생각나는군요. nds 가지고 계시거나 해볼일 생기면 권해드립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7/02/28 18:27
현역 게이머에서는 은퇴한지 꽤 되어서요.
영상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극히 부족하니 말입니다.
(특히 DVD 보기 시작한 후로 더해졌죠. 스페셜피쳐의 압박..)
블랙잭 게임은 기회가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해요.
일단 제건 아니지만 형한테 NDS가 있기는 한데... 으음
Commented by 秋葉 at 2007/03/02 00:29
저는 M 구입 이후로 그다지 소장가치가 안느껴져 요건 그냥 보류 중이었는데
포스팅을 보고나니 나가이 고 선생의 센스가....수술로 햐키마루 개조라니 (....)
하아.. 구매의욕 상승 중 입니다; 나가이 고 선생 때문이라도 구입을..
Commented by 충격 at 2007/03/02 07:55
M은 하여간에 좋은 소리가 안들리네요 (...)
Commented by 타쿠미 at 2007/03/02 09:58
뭔가 아스트랄해보이는게 재밌어보인다-_-;
Commented by 충격 at 2007/03/02 21:49
아스트랄하긴 하지 *_*
Commented by 충격 at 2007/03/20 12:13
몰라서 저렇게 적은 건 아닌데요 ^^
Commented at 2007/09/12 16: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충격 at 2007/09/14 20:33
넵, 쓰신 분이 요청하셔서 덧글 하나 삭제합니다;;
Commented by 미니 at 2011/03/19 00:39
아이고 맚소사...
과연 나가이 고 선생!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